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퇴시기를 저울질하며 강력한 출마 의욕을 숨기지 않았던 그간의 행보에 비추어 고심에 찬 결단이었음을 추측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잘한 일이다. 권한대행이 세 번이나 바뀌는 불행한 사태를 겪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 때문이 아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는 한마디에 실리는 무게감이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아서다. 선거를 3∼4개월 앞둔 막바지기에 권한대행까지 공석이 된다면 도정은 또 한차례 큰 혼돈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와는 달리 자리를 지켜 본분의 역할을 수행하면 안정은 보장된다. 지난해 8월 부임 후 겨우 되찾은 균형감이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컸지만 다행이다.

그렇다면, 불출마를 선언한 한 대행의 본연의 업무영역은 무엇인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자신도 밝혔듯이 선거관리 행정을 책임진 전환기 수장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힘쓰는 것이 첫 번째 중요한 임무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걸 만족시키는 조건은 공무원이 선거중립의무를 지키는 것이다. 직접 모범도 보여야겠지만 안전장치가 차질없이 가동되고 있는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 순간의 방심 속에 변칙과 탈선이 생기고 선거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은 순식간이란 점을 항상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일상의 도정에 공백이 끼어들지 않도록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선거기라고는 하나 나날의 민생은 계속된다는 인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주민복지 또한 조금도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전보다 더 바쁘게, 그리고 더 세심하게 복무기강을 다짐으로써 불출마의 반사이익이 공익과 손잡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하나 즐겨 강조하던 소통의 리더십을 좀 더 확장시켜 잡음과 갈등이 분출하기 쉬운 선거철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일이다. 엄정중립으로 공정성을 꾀해 공명선거 정착에 기여하는 한편 철저한 지휘감독으로 행정누수를 예방하는 두 가지 대원칙을 달성하는 일이야말로 그의 선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최상의 보상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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