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실업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실업은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특별한 기능이나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은 단순 노동력인데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자녀 양육 문제가 고스란히 여성 개인의 부담으로 남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경쟁이 안되는 것이다.

마산시 회원동에 사는 가정주부인 ㄱ(35)씨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파출·사무보조 등의 일을 찾아나섰지만 여태껏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희망 수입도 월 30만원으로 비교적 낮게 정했으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대를 뺀 오전 9시~오후 3시 사이에 자신을 써줄 일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방에서 남편·자녀 2명과 함께 살고 있는 ㄴ(여·38)씨도 최근 남편의 실직이 길어지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구직 활동에 나섰으나 마찬가지 결과에 부딪혔다.

사무·경리에서 식당·파출에 이르기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구했으나 결국 마창여성노동자회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창여성노동자회 김정임 상담부장은 “생산직은 거의 전부 35세 미만만 모집하고 있으며 식당일이나 파출도 조금이라도 나이 많은 사람은 쓰지 않으려는 게 추세”라며 “특히 초등생 이하의 자녀를 가진 여성의 구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0대 여성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ㄷ(여·47)씨는 대학까지 마쳤고 92년까지 제법 규모 있는 회사에서 영업 비서를 했을 정도로 능력을 갖췄지만 지금은 아무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ㄴ씨처럼 민간단체에 생계비 지원 신청만 해 놓은 상태다.

그가 바라는 것은 4대보험(고용·산재·국민연금·의료)이 다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뿐. 하지만 마산·창원 지역 해당 사업장 가운데 ㄷ씨를 원하는 업체는 1곳도 없다.

5년 전까지 생산직으로 7년 동안 일했던 ㄹ(여·46)씨도 병든 남편을 대신해 자녀 학자금과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으려고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구직등록만 해놓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정임 부장은 “이곳을 찾는 40·50대 여성 실업자들은 이혼·실직·남편 질병 등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동부와 자치단체의 취업정보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못 구할 뿐 아니라 나이 등 여러 이유로 국가의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는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많은 경우 정부와 자치단체의 공공근로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업대책범국민운동경남본부(상임대표 곽준석 신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단순노무직 공공근로사업에 참가한 897명 가운데 여성이 전체의 60.2%인 540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공공근로사업에서 기능을 익혀 다른 직장을 얻는다는 것은 한갓 꿈일 뿐인데다, 3~9개월만 일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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