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위원 재구성·조사 범위 확대해야…한국 민주주의 제대로 기록을"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꾸린 위원회 인적 논란에 이어 3년 동안의 진상조사와 그 결과물인 보고서도 부실하다. 이를 바로잡아 부마항쟁을 제대로 된 한국 민주주의 역사로 기록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진상 조사는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인데 '위원회 구성 마친 날부터 3년 이내 관련 자료 수집과 분석을 완료해야 한다'고 기간을 못박아뒀기 때문이다.

◇재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는 재조사를 위해서 '기존 위원 사퇴·재구성'을 요구한다. 진상 조사에 대한 책임감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재조사와 조사 기간 연장 등을 촉구했다. 허진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했듯이 위원회 구성 자체가 편파적"이라며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전수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범위를 넓혀 재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마항쟁 피해자 최갑순 씨는 "진상규명위는 경찰 조사를 근거로 했다며 관변 자료를 그대로 반영하고 구술은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에 끌려가서 한 진술과 이후 진술이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기본적인 인식도 없는 위원들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2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가 진상조사 보고서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부마항쟁법 개정 서둘러야 =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안)'는 법에 따라 오는 4월 12일까지 최종 채택을 결정해야 한다.

최인호(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갑) 국회의원이 지난 1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심사 과정에 머물러 있다. 개정안 핵심은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조사권 강화를 위한 동행명령권 부여 등이다. 또, 애초 1979년 10월 16~20일로 한정한 기한도 전후로 늘리고, 구금자를 '30일 이상'에서 '10일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실은 4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열린 보고서 보고회에서 실무위원도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허진수 회장은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도 9개월 연장돼 최종 채택된 바 있다"며 "국회에 계속해서 조사기간 연장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마항쟁, 민주주의 디딤돌" = 관련 단체가 재조사를 촉구하는 까닭은 뭘까. 부마항쟁은 '폭동'이라는 오명에 '부마사태'로 불리다 25년 만에 공식적으로 그 정신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진상규명위가 3년 만에 내놓은 보고서는 총체적 부실 지적을 받고 있다.

1979년 10월 마산과 부산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에 저항한 부마항쟁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최인호 의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정신계승의 제도적 과제 해결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부마항쟁이 없었으면 10·26사건은 없었다. 부마항쟁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아나가는 데 소중한 디딤돌이 됐다"고 평했다.

같은 달 '부마민주항쟁 38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김재홍 한양대 특훈교수는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체제 철폐를, 2016년 촛불혁명은 박정희 체제의 정치 유산을 계승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요구한 것으로 같은 목표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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