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컬처랩 기획 팝업식당
농부·청년요리사 합심해
지역 농산물 활용한 한 끼 대접

'창원의 봄'은 지역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완성됐다.

지난 25일 오후 5시 단 하루만 열렸던 팝업식당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역에서 문화를 기획하고 연구하는 창원컬처랩(한영신·백수정·손고빈·김초아·성향연)이 '창원 푸드 사계 프로젝트-창원의 봄을 먹다'를 위해 창원 니은레스토랑에 불을 밝혔다.

"대산면에서 보리농사를 짓습니다.", "함안에서 농부 셋이 함께 왔습니다.",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해 기쁩니다.", "지역영화 기획자입니다. 맛있는 식사 기대됩니다."

구산면 앞바다에서 캔 굴로 만든 전채.

팝업식당에 초대된 이들이 하나 둘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식당 한 벽면에 영상이 나온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으로 식탁에 오는지 생각해보는 자리라고 알렸다. 또 청년요리사가 창원의 농수산물로 만든 창작요리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껴보는 자리라고 했다.

이날 창원 구산면에서 캐낸 굴과 홍합, 동읍에서 자란 애호박과 대추토마토, 대산면에서 수확한 보리, 북면의 단감 등이 식탁 위에 올랐다. 또 경북 봉화군 까망돼지도 메인요리 재료로 선보였다. 돼지고기는 '농사펀드'에서 지원받는 음식재료다.

백수정(창원컬처랩 멤버) 씨는 "농사펀드는 농부에게 투자하고 소비자가 보다 나은 먹을거리로 돌려받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창원컬처랩이 농사펀드 이벤트에 응모했고 창원의 봄이 뽑혔다. 이 지원금으로 까망돼지를 구입했다. 나머지는 사비를 조금씩 털었다. 모두 농가를 직접 찾아가 농부를 만나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창원의 봄을 먹다'에서 맛본 주요리 돼지고기 뒷다리구이. 경북 봉화군 까망돼지와 동읍 단호박 등으로 만들었다. /이미지 기자

이창욱 니은레스토랑 주인장도 힘을 보탰다. 이 씨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취지가 아주 좋아 동참했다. 늘 새로운 요리를 꿈꾼다. 평소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실현할 기회였다"고 했다.

그는 며칠 밤을 새워가며 메뉴를 개발했다.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했었던 동료를 불러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다섯 가지 요리를 내놓았다.

굴은 식욕을 돋우는 데 그만이었다. 훈제한 굴과 생굴을 하나씩 맛봤다. 바다 향을 가득 머금은 굴은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모습을 달리했다.

보리는 색달랐다. 대추토마토와 파프리카로 만든 샐러드는 보리 덕에 독특한 식감을 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며 씹혔다. 톡톡 터지는 맛도 샐러드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대산면에서 수확한 보리가 든 샐러드.

이어 등장한 홍합스튜는 토마토 맛을 줄이고 홍합 향을 살린 메뉴였다. 걸쭉하지 않은 육수는 치아바타 토스트와 궁합이 잘 맞았다. 빵 한 조각을 듬뿍 적셔 홍합살과 물냉이를 얹어 먹으니 조화가 좋았다.

주요리는 화려했다. 단호박퓨레 위에 돼지고기 뒷다리구이가 올려졌다. 다시 그 위에 비트가 있다. 잘 튀겨진 커다란 비트잎과 비트를 갈아 만든 소스는 담백한 고기와 만나 보랏빛 색을 냈다. 달콤한 단호박과 아삭한 애호박, 바삭한 비트는 잘 어우러졌다.

맛을 본 농부 김순재(전 동읍농협 조합장) 씨는 "상품성이 좋은 단호박은 이미 다 팔려 어쩔 수 없이 남은 것을 건넸다. 그런데 상품성이 좋은 것보다 더 맛있다. 단호박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고 평했다.

구산면에서 캔 홍합이 듬뿍 든 스튜.

마지막으로 북면에서 딴 단감은 수정과 셔벗과 만나 깔끔하고 시원한 디저트가 됐다.

이 외에도 음료로 나온 블루베리 진액 에이드와 주전부리로 선보인 보리누룽지도 많은 이들이 감탄하며 맛봤다.

이날 창원의 바다와 땅에서 자란 농수산물은 근사한 코스요리로 창작되어 지역민의 한 끼가 됐다.

창원컬처랩 멤버들. 왼쪽부터 한영신, 김초아, 손고빈, 성향연, 백수정 씨.

"왜 우리 지역 농산물에 집중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마음속에 물음표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우리 식당은 잠시 후 오후 7시에 문을 닫습니다."

손고빈(창원컬처랩 멤버) 씨가 마지막 인사를 하며 창원컬처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 지역 먹을거리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창원의 여름'이 기다려진다.

창원컬처랩은?

창원시가 시행한 창원문화기획자 아카데미 1·2기에 참여했던 지역민이 모여 만든 소모임. 여러 이슈를 주제로 한 소소한 문화기획을 실험적으로 펼치고 있다.

북면에서 자란 단감으로 만든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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