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가 새 주말드라마로 <태양은 가득히>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 내용을 점쳐보기란 어렵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25살의 매력적인 알랭 들롱이 법을 가리지 않았던 1960년 작품 <태양은 가득히>와 제목이 같고, 제작진 역시 두 남자의 우정과 배신을 주축으로 한 남성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얘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드라마의 시작을 지켜보면서‘이런 신파조의 드라마가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지난주 <태양은 가득히>가 호화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의 시청률을 앞질렀다는 얘기가 들렸다.

현재 <태양은 가득히>는 복수와 야망에 불타는 민기(유준상)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지숙(김지수)을 버리고, 민기를 목숨만큼 사랑한다는 친구 호태마저 배신하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어찌보면 <미워도 다시 한번>의 계보를 잇고 <청춘의 덫> 아류작 같기도 한 이 드라마가 그동안 여느 작품들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던 표절이나 짜깁기 드라마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섬세하게 이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준 탄탄한 구성에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엄마가 도망갈까봐 엄마 신발을 몽땅 방으로 가져간 아이, 그것도 모자라 잠 한숨 자지 못하며 엄마를 지켜보던 아이. 그러나 결국 아이는 비를 맞으며 자신의 신발을 구겨신고 떠나는 엄마의 뒷모습만 지켜본다. 이로써 엄마에 대한, 세상에 대한 증오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어린 영혼을 비추어 주고, 중·고등학교를 시절을 세심하게 다루며 호태와 민기의 우정을 보여준 것이 그렇다.

하지만 요즘, 오히려 시청률은 상승하고 있는데 내용은 점점 상투적이고 이전의 작품들과 똑같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복수할 대상이 민기의 계획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민기의 눈먼 야망은 점점 이유를 잃어 가고, 버림받은 지숙에게 난데없이 상당한 재력가가 등장하는 등 뻔한 결말을 예고하고 있다. 거기에 그동안 <태양은 가득히>를 차별화 시켜주었던 탄탄한 구성도 쏙 빠지고 공식에 맞추겠다는 듯 불쑥불쑥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시청률 역전’이라는 환호속에 그만의 스타일을 잃어가고 있는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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