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 사건 아냐 … 남성 중심주의 돌아봐야"
일상적 성폭력 경험 다반사
잠재적 가해자 반성 계기로

서지현 검사에서 시작해 고은 시인을 거쳐 이윤택 연출가에서 '폭발'한 미투운동(#MeToo). 이제 형사처벌 이야기까지 나오는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그 의미를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그 첫 번째로 최근 SNS와 기고를 통해 활발히 미투운동 관련 발언을 하는 노혜경(사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노혜경 시인은 고 장자연 배우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난날 우리 사회가 그의 '미투운동'을 그동안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다. 장자연 배우는 2009년 3월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나이 30세. 자살 직전 실명과 지장이 찍힌 문건의 사본으로 추정되는 문서 등이 발견돼 언론에 보도됐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다. 리스트에는 장자연 배우가 재계, 방송계, 언론계 등 유력 인사 31명에게 성 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정말 화나는 건 이렇게 미투운동을 하면서 언론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왜 장자연 이야기를 안 꺼내느냐 하는 부분이에요. 지난 시절 가장 주목받은 미투 폭로가 어쩌면 장자연 사건 아닌가요. 장자연을 가해한 이들은 왜 그렇게 숨어서 잘 사는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말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지난달 23일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이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하라고 촉구했었다.

노혜경 시인.

최근 나온 미투운동 폭로 대상자들 역시 문화계의 유력한 인사들, 이른바 문화 권력자들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들이 권력자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이번 일을 예외적인 사건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에요. 가해자들이 대단한 권력자들이라서 일어난 일이 아니거든요. 페미니즘에서는 성폭력을 권력 폭력으로 보기도 합니다. 권력폭력 맞는데, 그 권력이 무슨 대단한 권력만은 아니에요. 실제 현실에서 보면 일반적인 남자들도 일상생활에서 저지르고 있거든요. 그게 바로 남성이라는 성 권력, 요즘 말로 젠더권력이에요. 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인 성폭력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와 관련해 시인은 이윤택 연출가가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14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을 "남성중심시대의 못된 행태"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남성중심시대란 말이 이번 사태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는 뜻이다.

"모든 남성들은 자기 영역 안에서 알게 모르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어요. 지금 많은 이들이 미투운동에 동조하는 이유가 자기 처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성폭력을 당하면서 살아온 거거든요. 남자들에게 당신들은 잠재적 가해자라고 하면 자신은 아닌 듯 말해요. 저는 남성들이 더는 그런 말 안 할 때까지 미투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여성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사는지 깨달을 때까지 지속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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