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에 편중됐던 메달 종목 스켈레톤·스노보드 등 확대
컬링 등 비인기종목 관심 커져…파벌싸움 개혁 요구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은 15개 전 종목에 역대 최다인 146명의 선수가 출전, 금 5, 은 8, 동 4개를 획득, 종합 7위를 차지했다.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일원에서 치른 대회는 대회 운영과 흥행, 기록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11년 만에 성사한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과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의미를 되새겼다. 또 빙상 종목에서만 세계 신기록 1개, 올림픽 기록 12개가 쏟아지며 경기력이 돋보인 대회로 남게 됐다. 17일간 이어진 지구촌 겨울 대축제, 그 속에 담긴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봤다.

◇재확인한 '효자 종목' = 역시 빙상 강국이었다.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4, 은 5, 동 4개를 휩쓸었다.

쇼트트랙에서는 2관왕에 빛나는 최민정을 필두로 금 3, 은 1 동 2개를 따냈다. 시작은 임효준이 끊었다. 임효준은 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 선수단 첫 메달을 선물했다. 임효준은 특히 7번의 부상을 이겨내며 최정상 자리에 우뚝 서 감동을 안겼다. 17일에는 여자 1000m에서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최민정은 압도적인 레이스로 2006년 토리노 진선유 이후 12년 만에 이 종목 금맥을 이었다. 같은 날 서이라도 1000m에서 부딪혀 넘어지는 어려움을 딛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일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8번의 대회 중 6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위용을 뽐냈다. 경기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아쉬움과 환호가 교차했다. 이날 한국은 남자 500m에서 은메달(황대헌)과 동메달(임효준)을 추가했지만 여자 1000m와 남자 5000m에서 잇따라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박수를 자아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금 1, 은 4, 동 2개를 수확했다. 역대 최대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7개 전 종목 '톱 5'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맏형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오르고 팀추월(김민석·정재원) 은메달을 따내며 스피드스케이팅 한국 최다 메달리스트(금 2, 은 3)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훈은 5000m와 1만m에서 각각 5위와 4위를 했다. 500m에서는 '빙속여제' 이상화와 단거리 '다크호스' 차민규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화는 역대 3번째로 3개 대회 연속 단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1000m·1500m에서는 미래를 알리는 질주가 펼쳐졌다. '10대 괴물 스케이터' 김민석은 아시아선수 최초로 1500m에서, 김태윤은 10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추가했다.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는 김보름이 은메달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 지었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달 종목 다변화 = 썰매·설상 종목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시작을 알린 건 스켈레톤 신 황제 윤성빈. 윤성빈은 독보적인 기량으로 1~4차 주행에서 모두 1위를 차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두쿠르스 10년 제국을 무너뜨린 윤성빈은 '새 시대'가 열렸음을 만방에 알렸다.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는 이상호가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스키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자 58년 만의 쾌거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상호는 4년 뒤를 더 기대하게 했다.

'영미~', '영미! 가야 돼!' 등 유행어를 낳으며 대회 최고 스타로 거듭난 여자 컬링 대표팀도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에서 1위(8승 1패)를 차지한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 두 번 만에 메달을 따냈다. 아시아에서 이 종목 결승에 오른 건 대한민국 '팀 킴'이 최초다.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서도 사상 첫 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원윤종·김동현·전정린·서영우는 1~4차 합산 결과 3분 16초 38로 전체 29개 출전팀 중에서 2위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2인승 노메달의 아쉬움을 딛고 대회 피날레를 장식했다.

태극전사들이 평창에서 획득한 메달 17개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따낸 14개 메달을 뛰어넘는 최다 기록이다. 또 사상 최초로 6개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이정표를 세웠다. 빙상 종목에만 메달이 집중됐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동계 스포츠 강국' 위용을 전 세계에 뽐냈다.

◇체육계도 '적폐 청산' = 이번 대회가 마냥 환희와 감동으로 채워진 건 아니다. 여자 팀추월에서 불거진 '팀워크' 논란은 파벌 문제를 지나 '빙상연맹 개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지난 19일 열린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배려하지 못한 레이스와 부적절한 인터뷰로 여론 뭇매를 맞았다. 선수들이 상처받는 동안 제어는커녕 방관으로 일관한 빙상연맹 수뇌부, 상위 단체 대한체육회를 향한 질타도 거세다. 연맹과 지도자가 '성적 지상주의에 발 묶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노선영은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과정에서 빙상연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한국체대-비한국체대'를 구분해 진행한 훈련, 국내 선발전에서의 밀어주기, 안현수 귀화, 노선영의 출전 무산 위기 등 갖가지 잡음과 연관한 '이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적폐 빙상연맹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에 58만 명이 참여, 최다 추천 청원에 등극한 점도 이를 대변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올림픽이 끝나는 즉시 빙상계를 비롯한 체육계의 적폐청산 작업을 아주 과감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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