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창원시를 도마에 올려 공약경연장으로 삼는 것은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섰음을 실감케 해주는 일이기도 하고 비록 예비단계이기는 하지만 선거전이 개시됐음을 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선거전략의 필요성이 점점 늘다 보니 백화점식이거나 백가쟁명식 구호가 타당성이나 실천적 자체검증 작업이 빠진 채 마구잡이로 짜깁기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턱없이 과대포장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부족하지 않다. 여당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지역세에 힘을 얻는 같은 당 야당 후보자들 사이에 그런 경쟁구도가 첨예화되고 있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보다 공천을 위한 여론 향배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창원시 청사를 마산합포구 해양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 모 예비후보의 공약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도지사가 시민의 합의 없이 멋대로 한 도시의 청사를 옮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은 상식문제에 속한다. 현 자유한국당 대표인 홍준표 전 지사가 지사 선거 당시 했던 도청 마산이전 약속과 성격이 비슷하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유의 공약 만능주의가 후보들의 선거 정서를 장악하고 있다면 선거구민들의 기대감은 보상받을 곳이 없어진다. 한일해저터널 구상 역시 전시성 공약에 가깝다. 간간이 경우의 수로 소문은 탔지만 공식채널에 올려져 검토가 됐거나 공론화를 통해 당위성과 실현성이 측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야말로 아직은 도상 수준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지사 한 명의 능력과 재량으로 거론될 성질의 비중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원시가 이미 도시계획을 세워 집행 직전에 있는 곳을 중복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공약화하는 후보도 있었다. 모두가 선거 유불리를 점치는데 매몰된 나머지 전후 이해와 보편적 접근조차 시도하지 않은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도지사가 되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면 경남의 전체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지 자치단체 고유의 문제에 뛰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럴 권리도 없다. 시장·군수 출마자는 그들 나름의 자율권을 누리고 싶어하며 지사 출마자는 그 영역을 존중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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