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통영, 유해로…한 장례식장에 임시 안치
국제음악당 앞 이장 예정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25일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 통영 품에 안겼다. 

선생은 19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2년간 복역하고 1969년 독일로 간 다음 1995년 고향을 그리다 숨졌다. 선생의 귀향은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유해로 돌아왔다.

돌아가시던 날까지 "내 고향 통영, 통영"을 말했다던 선생의 귀향 첫날 고향 통영 날씨는 무척 따사로웠다.

선생 유해는 지난 23일 독일 베를린시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이장식을 했다. 유해는 김해공항으로 돌아왔고 오후 3시께 통영의 한 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선생의 유해를 품에 꼭 안은 부인 이수자 여사는 91세의 고령으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 김동진 통영시장이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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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이 49년 만에 고향 통영의 품으로 돌아왔다. 25일 선생의 유해를 품은 부인 이수자 여사가 김동진 통영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통영의 한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일호 기자

유골함을 내려놓은 이 여사는 안치식에서 술을 따르고 절한 다음 엎드려서 기도했다. 이어 김동진 시장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고향 땅의 저 푸른 바다와 새소리, 바다 내음을 두고두고 맡으소서"라고 기원했다.

통영국제음악당 플로리안 리임 대표이사가 다음으로 술을 따르고 고개 숙였다.

선생의 귀향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안치식에는 국제음악재단 관계자와 시 관계자 등 소수만 참석했고 참석자는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돌아오시는 오늘 반대집회와 같은 험한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선생 유해는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시작 전까지 임시로 추모공원에 안치하고 이후 국제음악제 개막일에 맞춰 이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유해는 선생을 기려 만든 통영국제음악당 앞 통영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모셔진다.

선생은 "내 음악 원천의 모든 것이 통영"이라고 말하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고향을 그리워했다.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확대·과장되고 불법 연행과 고문 등으로 결론난 동백림 사건 당사자라는 이유로 입국금지된 다음 살아생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이후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선정 '유사 이래 최고의 음악가 44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보수단체 3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유해 국내 이송 반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유인물을 나누어주거나 외치는 등 집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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