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 안 해
뉴라이트 계열 인사 포함 당시부터 예상된 일
지역사 전문가들 "재조사 필요" 한 목소리

박근혜 정부 시절 구성된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 활동과 진상조사 보고서가 총체적 부실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부마항쟁 관련단체는 재조사를 촉구했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항쟁 전개' 주제로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연구원과 김선미 부산대 교수가 토론을 했고, '시위진압·불법성 여부'와 관련해 차성환 민주주의사회연구소장과 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 이사장이 토론을, '개요, 배경 및 결론'을 주제로 정성기 경남대 교수와 홍순권 동아대 교수가 토론을 했다.

◇"보고서 재작성 길 열어둬야" = 진상규명위 보고서는 총체적 부실 지적을 받았다. 토론자는 공통으로 △사료 비판 없이 편의적 인용 △단순 정보 나열에 그친 관변자료 과도한 의존 △자료 수집 불충분 △조사 대상 양적 부족 등을 지적했다.

정성기 교수는 "지금 진상규명위가 재작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제대로 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둬야 한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정 교수는 보고회 시작 전 진상규명위 보고서가 국사편찬위원회에 기본 자료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역사를 기록함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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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마항쟁 진상조사결과 보고회에서 관련 단체가 항의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김선미 교수는 "부산 구석구석에 뿌려진 민주선언문조차 포함되지 않았고, 1970년대 말 부산지역 청년 고민이 어디에 있었는지 설명되지 않았다"며 "왜 부산과 마산에서 항쟁이 벌어졌는지 보고서를 읽고 봐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며 비판했다.

박영주 연구원은 언론사에 돌을 던졌다는 부분과 관련해 "경남매일신문사는 2년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갔음에도 진상규명위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차성환 소장은 "보고서에는 1740명 중 200명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너무 부족하다"며 "군·경찰 등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지만, 사회 변화에 대한 서술은 빠져 정부 차원 보고서로는 부실"하다고 말했다.

◇부마항쟁 사망자 없다? = 마산에서 숨진 유치준 씨와 관련해 '부마항쟁 사망자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 부분도 비판을 받았다.

정 교수는 1989년 <부마민주항쟁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근거로 "경찰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10분 단위 상황 증언이 나오는데, 왼쪽 눈이 퉁퉁 부은 채 코와 입에 피를 흘린 채 사망한 변사자 관련 증언이 나온다"며 "이후 유족이 나타났고, 자료와 100% 일치하는 상황인데도 보고서에는 최악의 결과를 내면서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인격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고 유치준 씨 아들 유성국 씨는 "검시사건부, 부검영장 등 국가기록물 근거를 제대로 내놓지도 않고 이런 결과를 내놨다"며 "부친 죽음에 대한 언급은 용납할 수 없고, 추측에 의한 허위 보고를 전부 삭제해달라"며 진상규명위를 '은폐위원회'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는 정부 요원, 지휘관 등 간담회에서 "계엄 업무 수행 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외비"로 지시했다는 부분이 드러났다. 보고회 종합토론에서 실무위원은 "경찰 조직상 10분 단위 무전 상황일지 등 허위보고는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항쟁 전개 부분에서만 그렇다"고 말했다.

◇위원회 구성 때 예고된 부실 = 보고서 부실 논란은 이미 예고됐었다. 핵심은 박정희 유신체제에 저항한 부마항쟁 진상조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에 저항하며 '유신철폐·독재타도'를 외친 부마항쟁은 이전까지 '반국가 폭동'이라는 오명 속에 '부마사태'로 불렸다. 그러다 2013년 5월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5년 만에 그 정신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4년 10월 출범한 진상규명위에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왜곡·부실 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마산), 부산대 10·16 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 경남동지회가 진상규명위 참여를 거부하고 실무위원 4명이 사퇴하기도 했다. 보고회에서 토론자들은 "보고서에 위원 사퇴 과정과 명단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고회에서 한 실무위원은 "강제 조사 권한이 없고, 공적 자료와 다른 '카더라' 진술을 보고서에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으나 부마항쟁 단체들은 "붙잡혀 가서 똑바로 진술할 수 있었겠느냐"며 관변자료 의존에 반발했다. 또 다른 실무위원은 "관련단체 협조가 적었다"고 발언해 맹비난을 받았다. 오는 4월 12일까지 보고서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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