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이산가족 방문단으로 서울을 찾아왔던 인물들 중에 북한의 원로 국어학자인 유열(당시 82세) 씨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는 “삼국시대에 고구려 사람과 신라 사람이 만나면 통역이 필요했을까”라는 물음에 분명히 “그렇지 않다”라고 처음으로 답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자신있게 답을 한 건 그의 대표적 저서인 〈세나라 시기 리두에 대한 연구〉에 있습니다. 유 씨는 삼국시대의 이두를 통해 우리말 뿌리를 확인한 업적을 근거로 내세웠지 싶습니다.

앞의 내용 중 ‘통역’의 불필요성에 대해 묘한 의문이 들게 하는 말히 최근 깜짝 방남을 한 북한 측 특사 김여정의 입에서 여러번 나와 화젯거리가 됐습니다. 그 말은 바로 “일없습네다.” 김여정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식사는 괜찮았는지 등을 물으면 “일없습네다”로 짧게 답했다고 합니다. 동어이되 뜻이 갈린 남·북어에서도 장벽 현기증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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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감사하다’ 뜻으로

쓰이는 북한말 ‘일없다’

‘개의커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뜻 남한말 ‘일없다’

두 말 뜻

이질, 벽 넘게해줄

‘통역’ 필요 없을 날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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