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 미국이 우리에게 이래도 되나?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 요즘 TV뉴스를 보면서 내 머릿속을 뱅뱅 도는 솔직한 단상들이다. 새해 벽두부터 미국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난데없는 통상 압력을 가하더니 며칠 전에는 GM이 군산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겠단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막말 전쟁을 하면서 과연 올림픽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불안불안 하더니 어렵사리 물꼬를 튼 남북 교류와 평화올림픽 잔치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축하사절로 와서 하는 행동거지란 정말 가관이다. 부아가 울컥울컥 치민다.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미국의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 미국과 유엔이 하는 대북 경제 압박도 충분하게 공감한다. 미국은 우리의 전통적 우방이다. 북한의 6·25남침 때 유엔과 함께 대한민국을 피로써 지켜준 은혜도 잘 안다. 미국도 우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도 이 기회에 알았으면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구한말 러일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을 상호 지배하는 것을 협약한 이른바 ‘가쯔라테프트’ 밀약으로 일제 36년의 식민지 지배가 가능해진 숨은 역사도 있다.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갈라 남쪽은 미국 그리고 북쪽은 소련이 군정을 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수립한 것도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엔 약소국의 설움으로 남아있다. 한국전쟁 이후 들어선 남북한 정부들은 미중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결과로 오랜 독재와 인권탄압도 가능했다. 비참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미국의 묵시적 동의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의 사드배치 논란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를 돕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을 최전방으로 삼는 미국의 안보전략이라는 것쯤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우리 민족이 이데올로기 싸움에 휘말려 반목 대립한 결과로 자초한 것이라는 점을 백번 인정한다고 해도 이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대 무역대국에 진입한 국가다. 스스로 민주화를 쟁취한 민주국가이며 미국 못지않게 깨어있는 인권국가다. 개인에게 자존심이 중요하듯 나라에도 자존심이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이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하게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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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한민국을 하찮은 허수아비처럼 거칠게 대하고 얕잡아 대할 때 몹시 화가 난다. 미국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본과 러시아도 그렇다. 우리는 미국을 동맹으로 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에 대하여 다 친해지고 싶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우리를 무시하려 한다면 우리는 꿈틀거려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 좀 더 당당해졌으면 한다. 그러기로 하면 국민의 자주국가에 대한 각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반미도 아니고 반중도 아니며 친미 친중의 자주국가이며 세계평화 애호국가로서의 행보가 뚜렷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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