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virtual currency)가 연일 화제다. 정부의 정책 혼선이 불을 댕기더니 최근에는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부정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무섭게 성장해 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이 창출해내는 기상천외한 가상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지 기대와 함께 걱정도 앞선다.

가상(virtual)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상정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일반인들도 누구든지 손쉽게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 2016년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다양한 xR(reality) 기술로 확장되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융합현실(mixed reality=MR), 대체현실(substitutional reality=SR) 등 xR시리즈는 인공지능(AI)과 융합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R은 가상공간에 현실감을 구축하는 기술로 VR고글을 쓰면 방안에서도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AR은 현실 공간에 포켓몬GO와 같은 가상의 시각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인간이 본 현실세계를 확장시키는 기술이다. MR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화제가 된 천상열차분야지도처럼 현실 환경과 가상 환경을 융합시킴으로써 실재감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MR은 별도의 기기를 쓰지 않고도 많은 사람이 동시에 가상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R은 과거를 기록한 정보와 현재의 정보를 감쪽같이 치환하는 기술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이다.

한편, 바둑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알파고에 이어 AI로봇이나 AI비서 등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 AI교사도 교육현장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AI는 VR과 친화성이 좋아서 이들이 VR과 융합되면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AI교사, AI비서로 진화할 것이다.

적폐청산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하나 된 열정’이라는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이 무색한 스포츠 지도자, 특권의식으로 통제구역도 마음대로 드나드는 정치인, 갑질로 얼룩진 교육·문화계 권력자들, 초청강연에 앞서 장황한 축사로 강사의 강연시간을 침범하고, 그것도 모자라 강연 도중 요란한 행진곡에 박수까지 받아가며 자리를 뜨는 등 제왕적인 권위를 누리는 지방교육수장에 이르기까지 적폐는 과거 정부의 대통령 주변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관련 이익단체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쪽지예산을 무력화시키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령을 만들고, 가장 효율적인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결정하는 일이라면 오히려 AI가 훨씬 더 잘하지 않을까? 국민은 이 시대의 지도층에 대해 의전에서 자유롭고, 청렴하고, 공정하면서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기를 바라지 않을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능한 AI로 대체되는 수모를 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세현.jpg

물리학에 허상(virtual image)과 가상입자(virtual particle)라는 용어가 있다. 이처럼 ‘허(虛)’를 달리 표현하면 바로 ‘가상(假像)’인 것이다. 가상은 말 그대로 픽션(fiction)의 세계이다. 이렇게 보면 시와 소설은 물론 음악, 미술, 연극, TV 등 모든 문예창작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상현실이었다. 우리 인간이 그동안 문학과 예술이 그려낸 가상세계를 통해 많은 희망과 감동, 위안을 받으며 살아왔듯이 앞으로 xR과 AI가 가져올 가상세계도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미래로 거는 밑거름이 되기를 꿈꾼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