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 국방부 부차관보, 충돌 재연 우려…"안보-무역 분리" 지적도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21일(현지시각) 북미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다시 '충돌의 경로'로 들어가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덴마크 국장은 이날 한국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는 북미가 충돌의 경로 위에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올림픽이 열렸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북미 간) 공간을 만든 공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유지해 갈지는 워싱턴과 평양에 달렸다"며 "'휴전'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채로 올림픽이 끝난다면, 그리고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하거나 우리가 도발을 자극할만한 언행을 한다면 (북미는) 다시 충돌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북핵 프로그램이 계속 진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수개월이 지나기 전에 무언가 조처를 해야 한다. 그들이 핵 한계점이 도달한 뒤에는 너무 늦다"며 "앞으로 몇 달간의 문제라고 본다. 더는 압박만이 해결책이 아니며, 한계점을 넘어서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장은 안보 위기 속에서 한미 간 통상마찰이 빚어진 데 대해 "양쪽 모두 가능한 한 이슈를 분리해야 한다"며 "북한에 관한 이슈에선 어깨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한미 간 틈이 벌어지면 좋아할 곳은 북한밖에 없는 만큼, 안보 영역에선 어떤 틈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 협상이 자칫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도구로 활용돼선 안 된다"며 "양측은 굳건한 관계를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진전시켜야 한다. 한미 간 긴밀한 관계가 중요한 지금 단계에서 한미 FTA를 갖고 싸우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측이 방한 기간 북측 인사들과 비밀회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데 대해 "북한 인사들과 가까이서도 말하지 않으며 놓친 기회에 대한 만회 차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귀국한 지 한참 지나서야 왜 발표할 필요성을 느낀 것인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만남 불발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과 북측 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임고문이긴 하지만 관련 경력이 있는 건 아니어서 아버지를 대신해 북측과 접촉하는 게 어떤 모습을 연출하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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