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고 신입만 채용 경력 간호사 빈자리 메워
"숙련자들 처우 개선하고 현장 근무자 수 증원해야"

간호사 '태움'이 간호인력 부족 탓일까? 병원에서 상급자가 신입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한 사람을 불태워버릴 정도로 갈군다'는 태움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에서 태움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저비용으로 간호사를 충원하려는 병원 인력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간호사들도 경력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유선주 목포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와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 김윤미 을지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전국 1042개 병원 간호인력을 분석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는 2009년 1만 1709명에서 2014년 1만 5411명으로 32% 증가했다. 공급이 늘었는데도 조사 대상 병원의 70.1%(730곳) 인력 수준이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3%(113곳)는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수준이 개선된 의료기관은 전체 19.1%(199곳)에 불과했다.

C0A8CA3D00000161B5A7F0100010FC50_P4.jpeg
▲ 자료이미지./연합뉴스

경남지역에서 같은 기간 면허를 딴 간호사는 403명에서 89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인력 수준 변화가 없었던 병원이 33곳, 인력 수준이 변한 병원은 4곳, 악화한 병원도 4곳으로 조사됐다. 즉, 신규 간호사가 늘어나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숫자는 거의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병원이 경력 간호사의 처우 개선 대신, 저임금의 신규 간호사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면서 "숙련된 간호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노동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또 "경력 간호사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 수를 증원해야만 태움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장에서는 태움 개선을 위해 신규 간호사들의 유입뿐 아니라 경력 간호사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6년간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재직했던 손은진(32) 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결혼하고 임신하게 되면 눈치를 보며 일을 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력 우대 간호사를 뽑는 종합병원은 없고, 신규 채용만 넘쳐난다.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간호사가 많으니 더 혹독하게 후배를 다스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8년째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모(33) 씨는 "신입 간호사는 업무 미숙으로 적절한 대처를 못할 때가 잦다. 종합병원 이상 간호사는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채용으로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력 간호사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야 태움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박현성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조직국장은 "경력이 쌓였던 간호사들이 복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다 보니 신입 간호사가 늘어나고,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조에서도 교대근무제와 노동환경 개선을 병원 측과 논의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