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사태 계기로 여야 기 싸움…야당 "정부 책임·국정조사" 주장
여당 "반애국적 정치 행위" 비판

철강 관세 폭탄과 GM(제너럴 모터스)의 한국 철수로 대표되는 '미국발' 경제 이슈가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적폐청산과 헌법 개정, 남북관계 등 그간 문재인 정부가 주도해온 현안이자, 지방선거 당락을 가를 기존 쟁점을 통째로 집어삼킬 초대형 블랙홀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야권의 공세가 이미 심상치 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공개석상 발언을 통해 연일 이 지점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개헌으로 실정을 숨기고 국민 관심을 돌리려는 얄팍한 술책"이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미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됐는데 사회주의 개헌, 정치보복, 친북·좌파정책만 전념한다. 지방선거 승리만이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M 사태 국정조사 추진'을 1호 당론으로 채택한 바른미래당의 지상욱 정책위의장도 22일 의원총회에서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가 파산 및 대란 위기에 놓였는데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며 "정부·여당은 적폐청산을 주장하면서 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관계 부처 적폐를 청산하지 않느냐.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 2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을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이런 움직임은 경제 문제,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하는 국민 정서를 파고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7~28일 진행한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다수의 응답자가 올해 최대 역점 과제로 '적폐청산'(20.7%)을 꼽았지만 2·3위가 일자리 창출(19.2%)과 경제성장(18.6%)이었다. 40% 가까이 경제를 1순위로 택한 셈인데 또 다른 이슈인 '개헌 등 정치제도 개선'은 7.2%로 6위에 불과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여권이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거는 영남 민심이다. 세계일보 조사에서 경남·부산 응답자는 경제성장(21.6%)과 일자리 창출(20.6%)을 최우선 과제로 들었는데, 전체 1위인 적폐청산(15.3%)은 국민안전(18.2%)과 북핵문제 해결(16.7%)보다도 뒤인 5순위로 밀렸다. 개헌은 4.5%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발 통상 압력과 자동차 등 제조업 위기가 영남 지역경제는 물론, 이 지역 유권자 민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발목잡기' '색깔론' '국익 우선' 프레임으로 야권 공세에 맞서고 있다. 한국당 등의 퇴행적 모습을 집중 부각해 정국 주도권과 국민 지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경협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2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개헌 제안에 '민생경제를 살려야 할 시기에 개헌 논의는 국정의 블랙홀'이라고 거부한 적이 있다"며 "지금 한국당도 문재인 정부 내내 개헌 논의를 끌고 가 국정 흔들기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 같다. 이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우리 정부와 대통령 탓만 하는 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그럴싸한 이유만 만들어주는 반애국적 행위다. 국익이 걸린 안보·통상 문제를 정쟁 도구로 삼아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일부 보수세력 주장은 한미동맹을 생각해 우리 경제 이해관계를 양보하라는 건데 이게 한미동맹을 위해 바람직한가"라고 따져 물으면서도 "다만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GM의 문제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건 문제다.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정부 역할 또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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