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추행 신고 도와준 ㄱ 경위에 대해 '동향 보고서' 작성
여성단체 반발 "성폭력 피해 조력자가 이렇게까지 고통 당해야 하나"

“경찰서가 성희롱 신고를 도운 경찰을 왜 사찰합니까?”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후배 여성 경찰관이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자 신고를 도운 ㄱ(여·46) 경위를 대상으로 경찰서가 작성한 ‘세평(직원동향 보고서)’을 ‘사찰’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22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김해시 직장내성희롱대책위원회, 경남 직장내성희롱 대책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피해 여경 ㄱ 씨는 ‘허위 여론 보고서’ 작성 관련자 2명을 명예훼손과 직권 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ㄱ 씨는 지난달 김해 한 경찰서 앞에서 ‘성추행 신고를 도왔다고 갑질·음해를 당했다’며 1인 시위를 했다. 지난 14일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하고, ㄱ 씨 신원노출과 허위 소문 등으로 2차 피해를 가한 관련자 7명을 시민감찰위원회에 넘겨 징계 등 책임을 묻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ㄱ 씨가 일하는 경찰서 청문감사관실 부청문관이 경남경찰청 한 감찰관 부탁을 받고 ‘경찰서 직원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허위 여론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크게 번졌다.

2.jpg
▲ 김해시 직장내 성희롱대책위·경남 직장내 성희롱대책위·한국여성단체연합 7개지부 28개회원단체가 22일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서 경남경찰청 내 성희롱 신고 조력자 개인사찰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부설 여성정책센터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조력자가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해야 하나. 어떻게 직장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사찰까지 할 수가 있나. 아직 우리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보다 가해자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면 성폭력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개인 사찰인 경찰청 내 ‘세평(직원동향 보고서)’ 폐지 △경찰청 내 성 평등 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또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에게는 △경남경찰청 내 직원동향 보고서 작성 배후자 조사·처벌 △성희롱 신고 조력자의 생존권인 노동권 보장 △각 경찰서에 여경권익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ㄱ 씨는 “1인 시위를 하게 된 계기도 경남경찰청 감찰의 불합리한 조사 때문이었다. ‘직원 동향’ 보고를 지시한 경남경찰청 감찰관이 바로 불합리한 감찰 조사관 중 한 명이었다. 동향 보고를 지시한 감찰관이 본청이 징계 대상자로 언급한 7인에 포함됐는지는 모른다. 지휘관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동료 간 불신·갈등을 조장하는 적폐인 직원 동향 보고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ㄱ 씨는 22일 동향 보고를 지시한 경남경찰청 감사관과 지시를 받고 이를 작성한 경찰서 청문감사관실 부청문관 등 2명을 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남경찰청에 고소했다. 그는 직권남용 혐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경남경찰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23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사찰과 관련한 배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