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섬길 따라 이야기 찾는 재미에 푹 빠졌죠
자연과 역사 모두 사연 깃든 거제
<섬길 따라 이야기> 등 책으로 소개
올해 시민과 함께 '꽃' 주제로 계획
"지역경제 살리는 데 도움 되고파"

거제는 사실 꽤 아름다운 섬이다. 바람의 언덕이나 학동몽돌해수욕장이 아니라도 곳곳에 훌륭한 풍경이 많다. 여기에 지심도나 거제 포로수용소 터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도 많다. 지금까지 조선산업에 가려져 이런 것들이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조선 불황이 이어지자 거제시는 이 아름다움을 활용한 관광사업으로 차츰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매년 거제 섬 곳곳에서 이야기를 발굴해 책으로 내는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의 활동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이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거제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5권의 책을 냈다.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 서한숙(58·수필가) 회장을 만나 그 뒷이야기를 물었다.

◇한 해 한 해 낸 책이 벌써 5권

"어느 날 거제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인들이 모였어요. 신변잡기만 쓰지 말고 이왕이면 거제 이야기만 엮어서 책을 한번 내보자고 한 말이 시작이었죠."

그렇게 첫 책 <길, 거제도를 가다>(도서출판 경남, 2013년 12월)를 출간했다. 이때는 거제문인협회 소속 작가 5명의 글이 실렸다. 아직은 협회가 구성되기 전이다.

"책을 내고 나니 괜찮다, 색다르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섬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죠. 직접 섬을 돌아보자는 생각도 실행에 옮겼고요,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두 번째 책 <섬길 따라 피어난 이야기꽃>(도서출판 경남, 2014년 12월)은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 6명이 참여했고 거제스토리텔링문학회란 이름을 썼다. 시 보조금을 받아서 500권을 찍어서 전국에 배포했다. 이듬해 조촐하게 북콘서트도 열었다. 이 책을 눈여겨본 대전 사람들의 요청으로 거제에서 열렸다. 이렇게 알아봐주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인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황금알, 2015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 수집이 시작됐다. 이들의 활동을 눈여겨본 서울지역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도 들어왔다.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를 공식 등록했고요, 열 명도 안 되던 작가가 23명으로 늘었어요. 처음으로 출판기념회도 제대로 갖춰서 열었어요."

실질적으로 이 세 번째 책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네 번째 책 <거제도 천 년의 꿈을 꾸다>(황금알, 2016년 12월), 다섯 번째 책 <거제도 바람 따라 이야기>(도서출판 경남, 2017년 12월)까지 나왔다. 그리고 올해 여섯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 서한숙 회장.

◇거제 구석구석 이야기를 찾다

"거제를 직접 돌아다녀 보니 스토리텔링할 게 너무도 많더군요. 자연과 역사 이 모든 것에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작가들이 섬 곳곳에서 찾아낸 이야기는 다양하다. 두 번째 책에 실린 최대윤 시인의 거제 성 이야기와 봉수대 이야기는 옛 책에서 관련 자료를 일일이 찾아 기록해 답사 길잡이로 손색이 없다.

세 번째 책에 서한숙 회장이 쓴 '사람 꽃이 피었습니다'는 거제애광원 김임순 원장의 기구하고도 감동적인 생애를 다뤘다. 다섯 번째 책에 실린 옥문석 시인의 '나의 6·25 전쟁 회상기'는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 주변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한 세세한 추억을 담고 있다.

특히 세 번째 책에 실린 김복희 작가의 '답답골재 추억'은 이를 모티브로 창작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답답골재는 옛날 거제읍에서 둔덕면을 왕래하던 고개다. 이 고개에 천주교 신자로 박해받아 거제로 유배온 유항검의 딸 섬이의 무덤이 있다. 김 작가는 이 무덤 이야기를 글에 담았다. 이 글이 담긴 세 번째 책은 경상대 강희근 시인(경상대 명예교수)에게도 전해졌다. 강 시인은 김 작가 이야기를 토대로 발상한 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가톨릭출판사, 2016년 8월)를 썼다. 이것이 제2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7년 천주교 마산교구 기획으로 이 시극이 뮤지컬로 각색돼 무대에 올랐다.

"우리의 조그만 시도가 공연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을 보니 참 감동이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참 작은 시도지만, 거제를 위해서는 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 구성원들이 세 번째 책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지역 경기 살리고 싶어

"책에 실린 내용이 그냥 수필집 같지만 거제를 마케팅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요.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사명감이 느껴져요. 거제를 더 알려서 거제지역 경기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조선업 불황이 바꾼 거제 거리 표정을 서 회장은 마치 쓰나미가 쓸고 가버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어떻게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한다. 바로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찾아낸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서다.

협회는 앞으로 이야기 지평을 지금보다 더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 문학인, 학자, 지역 활동가 등 나름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수집했다면, 앞으로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공모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말 발간할 여섯 번째 책부터다.

"이번 책은 '거제도 꽃 따라 피어난 이야기'로 주제를 잡았어요. 얼마 전에 거제섬꽃축제가 경남 대표 축제로 선정됐거든요. 그동안은 매년 12월에 발간했는데, 올해는 늦어도 10월 후반에 열리는 축제 전에는 책을 내서, 흥행의 밀알이 되도록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공모를 통해 5명 정도 시민의 글도 실을 겁니다."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펴낸 거제 이야기 책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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