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실세국회의원·노무현…좋은 기회
'선진도시 진입 오르막' 시장 역할 절실

화투판에서 좋은 '패'를 쥐면 이길 확률이 높다.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패를 쥐고 있다는 것은 큰 무기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좋은 패 역할을 할 인맥이 많으면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김해시가 올해 4763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4208억 원)보다 555억 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런 성과에는 허성곤 시장의 발품 노력과 김해를 지역구로 둔 주변 정치권 인맥의 도움, 그리고 김해라는 '지명'의 힘이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허 시장은 예산이 필요할 때마다 중앙부처를 찾아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발품을 팔았다. 중앙부처 방문이 난관에 봉착할 때는 두 지역 국회의원(민홍철·김경수)의 인맥 도움을 받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과거에는 시장이나 시 고위간부들이 방문하면 아예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이는 김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 배출지역이란 영향이 컸다.

허 시장은 이런 세 가지 '패(발품 노력+주변 실세 국회의원 보유+대통령 배출지역)'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그의 개인적 '복'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시중에 그를 겨냥해 떠도는 '진보-보수' '행정가-정치가' 등 색깔논쟁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다.

시민에게는 단체장의 색깔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도시발전을 앞당기고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는 시장이 진보든 보수든, 행정가든 정치가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체장은 정쟁 놀음에 몰입되기보다 어디서든 예산을 많이 가져와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능력이다. 쥐 잡는 고양이가 희면 어떻고 검으면 어떤가. 색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흑묘백묘'론이다.

예산 1조 원 시대인 김해시의 한 해 가용예산은 1000여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분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가정이나 공기관이나 살림을 살다 보면 예산은 언제나 모자라기 마련이다. 많을수록 좋은 게 예산이라면 이번 시의 역대 최대 규모 국비 확보는 가뭄에 반가운 '단비'다.

시의 도시팽창 속도는 우기에 죽순 자라듯 하는데 도시 기반시설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런 역기능 현상은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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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현실은 '선진도시 진입'의 오르막길에 처해 있다. 이 고개를 넘을지 못 넘을지는 시장의 '몫'이다. 좋은 패를 손에 쥐고도 제대로 쓸 줄을 모르면 두고두고 회한이 된다.

허 시장의 세 가지 '패'는 앞으로 어느 시장도 다시는 쥘 수 없는 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상 속 동물인 '용'도 구름과 비를 만나야 하늘을 오른다.

허 시장이 이 세 가지 '패'를 활용해 김해시민을 위해 어떤 조화를 부릴지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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