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600만 원 주고 들어가는 '기숙학원'
대로변 보란듯 또 들어서는 '입시지옥'

올림픽이 시작된 토요일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형편은 제각각이다. 토요일에도 군대에 가는지 모르지만,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토요일에도 감옥에 가는지 모르지만, 토요일에도 재수학원에 입소는 하는 모양이다.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시키는 재수학원에서는 올림픽이 시작되는 토요일 같은 건 상관이 없다.

한 달에 한번 외출이 허용된다. 그 한 달의 한번이 가족면회가 허용된다는 건지, 죽지 말고 참았던 숨을 쉬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달에 한번이 주어진다.

이런 속박은 죄지은 사람에게 내려지는 벌인데,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감옥에 가본 건 아니지만 감옥에서도 일하고 교육받느라 힘들겠지만 하루 16시간 이상을 공부해야 하는 기숙학원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좁은 공간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망각 의자에서 자신을 잊는다는 거 그게 사람이라서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대학이 넘쳐나는데 점수에 맞춰 가면 갈 데는 충분하지 않으냐는 어른들에게 학생들은 말한다.

그 아무 데나 넘쳐나는 대학을 졸업하면 먹고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보다 좋은 대학과 꿈을 위해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냐고 묻는 어른들에게 학생들은 말한다.

사람이라고!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공부 못한 건 잘못이지만.

그래서 하루 16시간 이상 공부하고 1년이란 시간을 견디는 게 기계라면 별거 아닌 거 알겠는데. 어쩌면 기계도 중학교 과정 빼고 고등학교 과정 포함해 4년이란 시간을 혹사하면 고장 날지 모른다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말을 뱉어낸다.

"나도 인간이야."

군대라면 제대를 하지 않냐고, 감옥이라면 1년 뒤에 나간다는 보장이 있지 않냐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그 결과란 거 정해진 건 아니지 않냐고.

그 불안을 아시냐고 묻는다.

부모들이 자식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주는 조건으로 한 달에 300만 원을 학원에 지불한다. 재수 일 년에 3600만 원.

기숙학원에 들어온 학생들은 그간에 들어간 학원비를 포함하면 몸값이 1억이 넘는다.

부모님도 힘들겠지만 그나마 기숙학원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재수생들에 비하면 행복한 거니까, 많이 행복한 거니까.

1억을 투자하면 아파트처럼 1년 뒤에는 2억이 되고 3억이 되기를 바란다.

힘든 와중에 교육비로 나에게 투자해준 1억도 고맙지만 매순간 내가 사람이란 걸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지금 네가 그런 소리 할 때냐고 할 거 같아서.

지금 네가 제정신이냐고 할 것 같아서.

반 배치고사를 보려고 사인펜 하나 들고 입실하면서 뒤돌아본다.

죄책감으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돌아본다.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혹 부모가 날 사람으로 봐주지 않을까 해서 바라본다.

왜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사람을 몰아세우는지.

박명균.jpg

대로변 빌딩에 사무실을 철거하고 입시학원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아줌마가 핸드폰으로 카톡을 주고받는다.

"응 250만 원짜리도 있는데 300만 원짜리 보냈어."

"응 거기 찻집에서 만나."

학생 서너 명이 아줌마를 지나치며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수군거린다.

"저기 지옥을 또 짓는다. 쟤들도 이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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