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희의 드롭 더 비트] (3화) 요즘 것들
젊은세대 힙합 문화에 대해 행동·옷차림 등을 보면서 이질감 느끼는 기성세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얘기 트로트처럼 장르 다를 뿐 틀림 아닌 다름으로 봐야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했던가요. 한 분야를 집중해 파고들면 자기 나름으로 이치를 깨치게 됩니다. 여기에 재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요. 일반인 중에도 재밌게 격물치지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개인 취미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개인적인 일상에 활력을 주기도 하지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색다른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김설희 객원기자는 힙합이야기 <드롭 더 비트>를 들려드리는데요. '드롭 더 비트( Drop the beat)'는 힙합 음악에서 래퍼들이 랩을 시작하기 전에 쿵짝쿵짝 하는 '비트를 달라'는 뜻으로, 일종의 유행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격물치지도 열렬히 환영합니다. 어느 분야든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분은 언제든 문정민 기자(minss@idomin.com)에게 연락주십시오.

얼마 전 시즌이 끝난 음악 케이블TV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에 등장했던 '요즘 것들'이라는 곡이 있다. '쉽게 살려는 요즘 애들/묵묵하시던 아저씨도/꼭 한 번씩 뭐라 하시죠/옷 입은 꼬라지 저 꼬라지 좀 보라지/요즘 것들 이래서 안 돼요/이봐 그럼 안 돼요/요즘 애들이 이래요'라는 가사로 정말 '요즘 것들'에게 반응이 뜨거웠던 곡이다. 나 역시 이 곡을 듣고 설명할 수 없는 통쾌함이 있었다.

이 곡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개중 다수는 기성세대일 것이다. 그들에겐 KBS의 <전국노래자랑>은 구수하게 느껴져도 <쇼미더머니>는 이해 불능일 것이다. 마치 <전국노래자랑>이 금성에서 왔다면 '쇼미더머니'는 화성에서 온 것처럼 말이다.

나는 20대 중반까지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도 모르고 버릇도 없다'와 같은 '요즘 젊은 것들~'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꽤나 들어왔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에 비해 조금 더 젊다는 이유만으로 잔소리를 듣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하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힙합으로 청춘을 노래하듯이 그들도 왕년엔 트로트로 청춘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도 '트로트'로 이런저런 잔소리로부터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나도 아직 20대 후반이지만 10대들을 볼 때 가끔 불쑥불쑥 잔소리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게 쏟아지는 그들 잔소리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기성세대보다 강하다. 그래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나 옷차림으로 욕구를 해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 세대들이 느끼는 이질감만큼이나 기성세대들 또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기성세대와 청춘의 세대는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보니 때론 많은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세대 간 갈등을 녹이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성세대들과 요즘 세대들이 한 번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로의 '수다'를 들어보는 경험을 권하고 싶다.

이 글 역시 개인적인 생각을 쏟아내는 '수다'의 하나나 다름없다. 그저 철없는 세대가 늘어놓는 푸념이나 자기 합리화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이야기고, 젊은 세대들 이야기다. 잠시나마 '수다'에 눈과 귀를 빌려주기 바란다.

요즘 여러가지 매체에서 스왜그(Swag)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스왜그란 '허세를 부리는 듯한 자유분방한 모습' 그리고 '여유, 가벼움, 솔직함'이라는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힙합용어다.

이런 힙합용어에 내재된 '멋'이 요즘 세대들이 자신들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는 이 단어에 매력을 느껴 너도 나도 스왜그를 외치고 있다. 한땐 나도 스왜그를 외치며 그들을 따라하기 바빴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것을 강조하는 힙합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어떠한 권위로 인해 자신만의 생각을 분출하고 인정받을 기회를 찾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이 자기 나름대로 정당하게 뿜어내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 '요즘 것들'이라는 랩을 하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날의 힙합의 본질이 '요즘 것들'의 이유 없는 반항에서 이유 있는 당당함으로 점차 바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요즘의 힙합은 변화되어간다기보단 변질되어 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트로트를 듣던 왕년의 요즘 세대들과 힙합을 듣는 지금의 요즘 세대들도 변질되어 가는 것 같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랩을 통해 얻은 부와 인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흑인들의 정서가 바탕이 되었던 힙합이긴 했지만, 그들과 같이 척박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몇몇의 젊은 세대들이 오로지 '멋'만으로 스왜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기성세대들에게 반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가 처음 힙합을 들었던 2000년대엔 학벌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부정부패에 관한 이야기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힙합 대부분은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의 중간에 놓여있는 돈, 차, 여자, 실력만을 과시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하지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긴커녕 기성세대처럼 반감만 일어나고 있다.

사실 글을 적다보니 '이래서 내가 여태 잔소리를 들었나' 싶을 정도로 '청춘'과 '멋' 그리고 '일탈'만을 내세워 스왜그를 내세우기만 했던 지난날들이 조금은 반성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트로트를 들을 생각은 없다.

다만 요즘 세대들과 기성세대들이 청춘의 시각에서 노래하지만 장르는 다른 '트로트'와 '힙합'처럼 우리 사회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객원기자 김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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