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문화재단 특별기획전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 후기
현실-가상 경계 속 현대인 삶
SNS 셀피 현상 비판적 고찰

나는 원래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전을 보고서 스스로 얼굴이 낯설다.

창원문화재단이 창립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찍는 사진)'를 내놓았다. 사비나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전시는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SNS에 올리는 셀피 현상에 주목해 현대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묻는다.

먼저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사진을 찍는 데 열중하게 한다. 전시장 여기저기서 관람객들이 분주하게 사진을 찍는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고상우 작가 작품. /이미지 기자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작품을 내놓은 업셋프레스 안지미·이부록의 '워바타 스티커 파병 추신'과 비트가 있는 음악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직접 왜곡해 촬영할 수 있는 신남전기의 '마인드 웨이브'는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찍힌 자신의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가람 작가는 더 노골적이다. '셀스타 바이 유', '셀스타'라는 작품을 내놓고 전시장에서 셀카를 찍도록 유도한다. 조명장치와 화장도구, 카메라까지 준비해두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한참 셀카를 찍으며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물나무사진관의 '자화상 사진관' 앞에 선다. 그리고 '왜'라는 물음이 든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자화상 사진관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이다. 홀로 들어서면 커다란 거울 앞에서 자신과 마주한다. 그렇게 5분, 10분 시간이 흐른다. 잇달아 눌렀던 셔터를 누를 수 없다.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순간에 셔터를 눌러 촬영하면 된다는 안내에도 머뭇거리게 된다. 진짜 나의 모습을 모르겠다.

물나무사진관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 자아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하라고 한다. '나'라는 자신을 대상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정점을 찍는다.

창원 성산아트홀을 찾은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이미지 기자

자화상 사진관에 앉아있자니 앞선 전시가 떠오른다. 재반전시키는 작품 '자화상', '동행'을 내놓고 카메라를 넘어 SNS에 도달하는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고상우 작가, 자신을 가상의 인물로 연출해 사진을 올리는 아말리아 울만까지. 모든 게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서 있다.

작가 7명이 내놓은 셀피 단편 애니메이션도 현실보다 가상공간을 위해 사는 일상을 그렸다. 그저 웃으면서 볼 수 없다.

기획 의도는 그대로 맞았다. 전시 끝, 관람객들은 현실의 나와 가상·허구의 나 사이에서 헤맨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물음을 홀로 안고 전시장을 빠져나온다. 오늘도 셀카를 찍었느냐는 물음이 가볍지 않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입장료 5000원. 문의 055-268-7931.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