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 전이되거나 신경·기도에도 침범
수술 안 해도 주기적 검사·추적관찰해야

"그 암은 암도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서 보험금도 얼마 안 주잖아."

"암 수술 후 성대마비까지 왔고, 8개월간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어요."

누군가는 "암도 아니다"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갑상선암 이야기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과잉 검진 논란도 있었다. 과연 갑상선암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홍종철 원장의 도움말로 갑상선암에 대해 알아본다.

◇암은 암이다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있으며, 인체 대사에 관련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인체 전체 대사 과정을 조절해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히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고, 태아의 뇌와 뼈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은 나비 모양으로 생겼으며, 대개는 잘 만져지지도 않고, 눈에 띄지 않는데 이상이 생겨 커지면 보이거나 만질 수 있다.

갑상선에 다양한 원인으로 혹이 생긴 것을 갑상선 결절이라 하며, 이 중 악성인 갑상선암은 5~10%에 이른다.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유두암이며, 이외에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 등이 있다.

한동안 갑상선암 과잉 검진 논란이 의료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무분별한 건강검진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늘고 있다고 일부 의사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수술을 취소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에 2015년 국립암센터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검진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혹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변화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홍 원장은 "갑상선암은 대부분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에 있는 암도 있다. 하지만 림프절에 전이되고 신경이나 기도를 침범하는 사례가 제법 있다. 이 경우 결국 수술해야 한다. 수술이 늦을수록 수술 범위가 더 커져 삶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갑상선암 중 유두암은 생존율이 높지만, 1% 미만 비율로 나타나는 역형성암은 림프절과 원격 전이 속도가 빨라 진단 당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평균 6개월 이내 사망할 수도 있다. 유두암을 오랫동안 방치했을 때에도 역형성암으로 변할 수 있다.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홍종철 원장. /이원정 기자

◇발병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대부분의 갑상선 결절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예전에는 결절이 커져 환자 스스로 갑상선에 혹이 만져지거나 거울을 보다 목 부위 혹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초음파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이상을 느끼기 전에 건강 검진 중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절이 많이 커진 일부 환자는 목이나 턱, 귀 부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매우 큰 결절이 있으면 삼키기 곤란이나 목 부위 불편감이 생기기도 하고, 결절이 기도를 압박하면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성대 근처 신경을 자극해 목소리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일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방사선이다.

홍 원장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그 지역에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 가족력이 꼽힌다.

그러므로 갑상선 결절이 있을 때, 가족 중에 갑상선암(특히 수질암) 환자가 있다면 암을 의심하고 검사할 필요가 있다.

또 종양이 매우 크거나 최근에 커진 경우, 종양이 커서 기도나 식도를 눌러 호흡곤란이나 삼키기 곤란을 일으키는 경우, 종양이 있으면서 목소리가 변한 경우, 종양이 매우 딱딱하게 만져질 경우, 종양과 같은 쪽 목에서 림프절이 만져질 경우 등은 암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1㎝ 이하라도 위험"

갑상선 초음파는 결절의 모양과 개수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결절 모양을 보고 의사들은 악성 여부를 어느 정도 짐작하기도 한다.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이 발견되면 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미세침흡인 세포검사이다. 가느다란 바늘로 결절에서 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하지만 100% 정확하지는 않으므로, 세포검사에서 암이 의심된다고 했을 경우에는 수술로 갑상선을 떼어낸 후 최종적으로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BRAF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 진단에 도움을 받는다.

갑상선 스캔은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와 같은 소량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갑상선 전체를 촬영하는 검사로, 일부 갑상선 기능 항진을 보이는 결절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초음파 검사상 1㎝ 이하 결절은 바로 수술하지 않고 미세침흡인 세포검사를 하거나 추적관찰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1㎝라는 게 절대적인 숫자는 아니라고 홍 원장은 강조했다.

홍 원장은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1㎝ 이하라도 림프절 전이가 있을 수 있다. 전이가 돼도 크기가 작으면 수술 전 검사에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초음파나 CT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지 않았지만, 막상 절제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림프절 전이를 발견하기도 한다"며 "크기 외에도 암의 위치와 환자의 임상적 특성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1㎝ 이하라도 암이 의심되면 수술 권유를 하지만, 결국 선택은 환자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인 검사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절개·내시경 수술로 치료

갑상선암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다. 수술은 목 부위를 절개해서 갑상선을 제거하는 절개수술과 로봇 등을 이용한 내시경 수술이 있다.

두 수술법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절개 수술은 수술 시간이 짧고 조직 손상 빈도가 적으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다만 목 부위에 절개 흉터가 그대로 보이는 단점이 있다.

내시경 수술은 겨드랑이나 유륜, 귀 뒤쪽 피부를 절개해 기구를 넣어 수술하게 된다. 흉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대신 절개한 곳에서 갑상선까지 수술 기구가 들어가면서 연부 조직 손상 가능성이 있다.

1㎝ 이하의 유두암으로 전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한쪽 갑상선만 제거하기도 하지만, 이때에도 조직 검사 결과 림프절 전이가 많으면 재수술을 통해 나머지 갑상선도 제거한다.

양쪽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를 복용해 잔여 갑상선조직을 모두 파괴, 재발 위험을 줄인다.

수술 후에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재발을 억제하기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한다.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홍 원장은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일부 갑상선 결절이 요오드 결핍 지역에서 잘 생긴다는 이야기에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요오드 결핍 지역이 아니므로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오드 섭취량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요오드 함유 음식 섭취를 권유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다. 즉 평소 먹던 대로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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