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독일에서 타계한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베를린 가토의 예술가 묘소에 묻혀있던 선생의 유해 이장을 베를린시가 동의하면서 내달 29일 개막되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 일정 중에 이장된다.

서구사회에서 현대음악가로 이름을 알린 선생의 예술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뒤늦게나마 되고 있다. 선생의 예술적 특징은 서구 음악을 하면서도 동양의 사상을 본래 가치로 담는 음악이다. 동양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도교 사상과 중용 철학의 기본인 정중동을 미학적으로 구성한 음계는 서양 작곡가들에겐 처음 들어보는 독창적인 음악세계일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 동양 사회에서 서구의 음악을 모방하고 추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면 윤이상이라는 음악가의 등장 이후 동양음악은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소리를 내는 현대음악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셈이다. 선생의 예술적 업적의 탁월함에 대해선 전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이념의 잣대로만 평가하려는 극도의 편협한 시선과 평가를 이제는 떨쳐내야 한다. 박정희 정권시절 일어난 동백림 사건을 두고 선생을 간첩이라고 평하는 건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동백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북한을 방문하였기에 간첩이라고 몰아세우는 야만적 낙인찍기는 빨갱이 사냥의 전형일 뿐이다. 즉, 윤이상 선생의 유해 귀향을 두고 보수단체가 터무니없는 행동을 할 경우 더는 가족이 아니라 이 사업을 추진한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워야 한다. 다시 말해 통영시가 시의 명운을 걸고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왜냐면, 선생의 고향이 통영이기에 통영국제음악제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시는 모차르트 관련 기념사업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생전에 잘츠부르크시를 좋아하지 않은 것도 엄연히 사실이다. 그러나 윤이상 선생은 통영의 바람과 파도소리 그리고 무당의 굿하는 소리마저도 자신 음악의 영감이자 원천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상처입은 용을 고향 사람들이 나서서 감싸 안는 용기를 보일 때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값은 지켜낼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