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운동이 불붙고 있다. 요원의 불길과도 같은 이 흐름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 만연한 성폭력과, 피해자들의 고통과 분노를 알리는 증표다. 특히 연일 문화예술계 '대가'들의 성폭력 의혹이 터져 나오는 것도 개탄스럽거니와, 경남 문화계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실망이다.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성폭력 가해 폭로로 연극계 전체가 요동을 친 데 이어 무형문화재인 밀양연극촌 하용부 촌장과,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도 미투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경남 연극계가 출렁이고 있다. 특히 경악한 것은 이 씨와 마찬가지로 하 촌장과 김해 번작이 대표 두 사람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점이며,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당시 미성년자였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가해 지목자들은 사과나 자숙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 씨 등은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 씨는 자신의 성추행이 오랜 '관행'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음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뜻을 드러내고 있다. 피해자는 이 씨가 상습적이고 반성 없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가해 혐의를 받는 인사가 비난 여론을 피하려고 면피성 사과를 내놓고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발본하려는 노력 없이 가해 지목자에게 잠깐 분노하다 만다면 얼마든지 비슷한 일은 일어날 수 있다. 가해 지목자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

이 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피해자는, 이 씨가 수십 년 동안 반성 없이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데는 조직적인 '집단체면'이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성범죄자가 해당 분야나 조직의 권위자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집단적 차원의 행태가 빈번함을 폭로한 것이다. 이런 환경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조장하거나 은폐시키는 온상이 된다. 이번 기회에 문화예술계가 성폭력을 뿌리 뽑는 데 얼마나 혹독한 쇄신에 힘쓰는지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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