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인터넷 여론에 너무 민감
완벽주의 지나치면 '오만'으로 비쳐

요즘 문재인 정부를 보면 초조함, 불안감, 강박 같은 게 적잖이 느껴진다. 적폐 청산과 각종 개혁·민생 정책을 폭풍처럼 몰아치던 정권 초기 자신감 역시 여전하지만 너무 잘하려다 보니, 너무 완벽하려다 보니 생기는 빈틈이 아닐까 짐작한다.

지난 12월, 새 정부 출범 후 외교 성과에 관한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좀 놀란 적이 있다. 국무회의 자리였다. 외국에 얼마나 자주 갔고 정상회담은 몇 번 했으며 국제 사회 지지가 어땠는지 긴 설명이 이어졌는데 '홀대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중국 방문 직후라 이해는 됐지만 구구절절 과하다고 생각했다. 꼭 대통령 입으로 해야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정부 방송인 KTV의 제천 화재 '이니 특별전' 참사도 이즈음 터졌다. 문 대통령의 화재 현장 방문을 '홈쇼핑' 형식으로 홍보한 것이었는데 이 또한 부정적 측면을 서둘러 덮으려는 조바심과 무관치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지난달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네이버 등에 법적 조치를 시사했을 때 미쳤다고 생각했다. 악의적·조직적 음해나 왜곡은 대응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공권력 동원은 상상조차 않는 게 옳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 대통령을 '닭대가리' '쥐새끼'로 부르겠다는데 무슨 근거로 막을 것인가?

얼마 전에는 김빈 민주당 디지털대변인이 소위 '김일성 가면' 기사를 쓴 기자에게 "기사를 당장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한 뒤 회신 메일을 보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가 동의가 안 된다고, 언론 및 네티즌에게 '특정 관점'만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지지율은 예전 같지 않고 경제 상황도 나락이고 불안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등 자랑해도 모자랄 치적이 뒤통수를 때리니 당혹스럽기도 할 것이다. 특히 영남에서 자유한국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여당은 그간 열세였던 영남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고 심지어 정권의 명운 운운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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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그렇게 구도를 몰아가고 있는데 왠지 여권이 자의든 타의든 외통에 걸려든 느낌이다. 진짜 패하면 어쩌려고. 역시 또 완벽에 집착하다 보니, 이참에 정권의 정치적·도덕적·능력적 우위를 확실히 입증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보수 인사 영입 등 무리수가 잇따른다.

어느 정부보다 의욕이 넘쳤고 깜짝 승부수 던지기를 좋아했던 지난날 참여정부가 떠오른다. 집권 직후 펼쳐진 2004년 총선이 그랬다. '과반 확보'를 명분으로 당시 한나라당·자민련 출신 인사를 대거 끌어들여 결국 뜻을 이루었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왜 그 후 각종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를 거듭했는지 차분히 돌아보기 바란다. 모든 게 수구꼴통 정당·언론·네티즌 탓이라면 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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