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출생아수가 처음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진 가운데 경남의 출생아 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정부의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 따라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10년간 애써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 답답해할 만하다. 이를 보며 필자는 진주 장난감은행이 생각났다. 얼마 전 지역 언론에서 영남권에서 장난감이 제일 많이 팔린 곳이 경남이고 그중 진주시는 영유아 가정의 장난감 구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는 방송 내용을 듣고는 그 이유가 장난감은행 때문이란 걸 금방 알아차렸다. 필자가 쌍둥이 자녀를 키우면서 큰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조산의 위험 때문에 힘들게 쌍둥이 아들을 출산했다. 힘들게 얻은 아이였기에 그만큼 애틋했고 소중했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었고, 발달에 좋다는 장난감과 도서를 많이 사주었다. 쌍둥이라서 무조건 두 개를 사야했고 아이들의 성장 발달 속도가 빠르다 보니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산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기간은 참 짧게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장난감이 집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값비싼 장난감이 점점 애물단지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장난감, 도서비용의 증가는 가정경제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3살 때 우연히 들른 곳이 무지개동산 장난감은행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어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꼼꼼히 담당 직원한테 여쭤 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료로 다양한 장난감과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회원으로 가입을 하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새로운 장난감을 대여해 올 때마다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행복해 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처음에는 빌린 장난감이 파손될까봐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빌려오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함께 쓰는 장난감임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다함께 나누어 쓰는 것'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필자처럼 대부분의 부모도 장난감, 도서 구입 비용 등이 부담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얼마 전 부모 교육 때 만난 한 어머니는 마트에 아이들을 절대 데려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부식비보다 장난감 사는 비용이 더 들어서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필자 역시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어머니께 진주시 장난감은행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는데, 얼마 후 장난감은행 회원 등록을 하여 잘 이용하고 있다는 감사의 인사까지 받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장난감을 대여하여 잘 이용하였고 지금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도서를 위주로 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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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강의나 아동의 놀이치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해요? 그런데 비싸게 사주는데도 금방 싫증을 내요". 그때는 자신 있게 장난감은행을 소개한다. 그분들도 장난감은행에서 대여해 주는 꿈과 행복을 경험해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진주시 장난감은행이 개소 6년을 맞았다. 그동안 이용자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하루에만 600여 명의 이용자 발길이 이어지고. 급기야 진주시의 장난감은행을 벤치마킹해 인근 지자체에서도 들어서고 있다. 복지부문에서 앞서가는 진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인 나나 아이들에겐 하나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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