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이참에 환골탈태해야"
시, 새 수탁자 찾기 나서…올 여름공연예술축제 개최 불투명

이사 2명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단법인 밀양연극촌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올여름 개막할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밀양시는 새로운 수탁자를 구하고자 밀양연극촌 운영 자료를 점검하고 있고, 오는 8월 여름공연예술축제를 치러낼 수 있을지도 검토 중이다. 하용부 전통무형문화재 밀양백중놀이 기능보유자가 성추문 논란에 휩싸여 밀양백중놀이보존회 위상에도 흠집을 남기게 됐다.

◇밀양연극촌 운영 중단·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차질 = 밀양시가 19일 (사)밀양연극촌에 연극촌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하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시 관계자는 "연극촌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임시로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우선 문화관광과에서 연극촌 운영 구조와 핵심 인적 구성 등 자료를 검토하고서 수탁자, 여름공연예술축제 진행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양연극촌은 지난해 시로부터 6억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밀양연극촌 주말공연축제(주말 상설공연)에 1억 원,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 4억 9000만 원이 투입됐다. 17년 동안 해마다 열린 여름공연예술축제에는 연희단거리패 공연도 포함돼 있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국비와 도비도 지원받았는데 이번 성추문 여파로 축제 지원에 변수가 생길 우려도 있다.

밀양문화재단 관계자는 "밀양의 자존심을 훼손한 일이라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여름공연예술축제는 연극촌과 아리랑아트센터에서 함께 공연돼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았는데 차질이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잘되는 축제고 수준 높은 공연으로 평가받았기에 도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다"면서 "밀양시가 연극촌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한 걸로 안다. 추이를 보고 있다. 새로운 수탁자 결정 이후 행정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재로선 예산 지원과 관련한 어떤 내용도 이야기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대표공연예술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해놓았고 이달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밀양시는 도에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지원액을 지난해와 똑같이 1억 5000만 원 신청한 상태다.

◇밀양백중놀이보존회 위상 흠집 =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하용부 씨 탓에 밀양백중놀이보존회 위상에도 흠집이 났다. 밀양백중놀이보존회는 시로부터 매년 2000만 원 예산을 지원받아 연 6회 무형문화재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보존회원인 하 씨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지역 명사'로 추천돼 밀양 영남루에서 백중놀이를 홍보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일 하 씨에게 주던 전수교육지원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공표했다. 문화재청은 "하용부 보유자는 이번 성폭행 의혹 제기로 정상적인 전승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지원금 지급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된 하 씨는 매달 131만 7000원의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받아왔다. 문화재청은 하 씨의 성폭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면 보유자 인정 해제 등 필요한 행정 조치를 취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성범죄 예방을 위해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 씨의 보유자 인정 해제는 본인 스스로 요청하기 전까지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용만 밀양백중놀이보존회 회장은 "하 씨가 밀양백중놀이의 큰 봉우리였는데 안타깝다"면서 "흠집이 나긴 했지만 매년 해왔던 정기공연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양시민 "밀양연극촌 개혁해야" = 밀양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밀양연극촌을 개혁해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0대 시민은 "시가 이윤택·하용부 씨가 이끄는 밀양연극촌에 공간을 무상 임대해주고 금전적 지원도 적잖게 해줬다. 하지만 정산을 정확히 하는지 감사 한 번 안 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번에 확 바꿔서 연극촌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시민은 "이윤택 씨는 친구 아빠인데, 밀양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니 기막히다. 밀양연극촌이 원래 취지대로 지역 자존심을 가진 공연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밀양의 한 연극인은 "공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극촌 공간에 대한 애착심은 같지 않겠나"라며 "시가 지역 연극인들과 연극촌 운영 문제를 논의하겠다면 그에 동참해 연극촌 발전 방향을 모색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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