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제한·구속 등으로 현직 단체장 지방선거 불출마
보수 강세 이어갈지 민주당 세력교체 이뤄낼지 주목

3선 제한, 비리 구속, 명예로운 은퇴, 더 큰 무대 도전….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도내 시장·군수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현직 시장·군수가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할 수밖에 없는 기초자치단체는 거제시, 통영시, 의령군, 합천군, 함양군, 창녕군, 함안군, 고성군 등이다.

거제는 권민호 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고, 통영 김동진·의령 오영호·합천 하창환·함양 임창호 군수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창녕 김충식 군수는 3선 제한에 걸려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함안 차정섭 군수는 현재 구속 수감 상태이고, 고성은 최평호 군수 낙마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단체장이 주요 사업 발표나 추진 등 '선거운동 아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거제 = 거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손꼽힌다. 문재인 대통령 출생지라는 상징성과 보수정당이 계속 집권한 지역이라 세력교체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우조선해양 등을 비롯한 조선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도 당락에 주요 변수다. 이런 까닭인지 현재 20명에 가까운 인사가 시장 도전에 나선 상태다. 현재로서는 대통령 프리미엄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여당-보수성향 야당-진보성향 야당 '3자 구도'가 되면 결과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더구나 김해연 전 도의원·윤영 전 의원같이 경선 결과에 따라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공공연히 밝히는 인사들이 본선에 나서면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통영 = 통영은 자유한국당 계열 야권 우세지역이지만 민주당 성장세도 만만찮아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이 44%, 민주당이 30%가량 지지율을 얻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당을 탈당한 출마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민주당 후보 등과 대결하는 등 다자 구도가 되면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십 년 지역 권력을 장악해 온 보수세가 강한 탓인지 민주당 후보는 현재까지 강석주 전 도의원 외에는 없다. 반면 강석우·김윤근·김종부·안휘준·진의장·천영기 등 한국당 인물 폭은 넓다. 경선 과정에서 관심있게 지켜볼 점은 김윤근·천영기 두 현직 도의원 간 경쟁이다. 홍준표 당 대표가 도지사 시절 각각 전반기 의장과 후반기 의회운영위원장을 맡아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중단 등 도정 운영의 파트너십을 이룬 두 사람이다. 경륜과 경험에서는 김 의원이, 방송 프로그램 고정 출연으로 인지도에서는 천 의원이 강점이다. 김 의원은 홍 대표와 친분을 무기로 삼고, 천 의원은 이군현 의원 지원을 등에 업은 만큼 당내, 지역 내 파워게임이 흥미진진해질 모양새다.

◇의령 = 오영호 군수가 일찌감치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령은 전통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여왔다. 한우상, 김채용, 권태우, 오영호 등 전임 군수 대부분이 무소속 당선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도 무소속 후보가 많은 게 특징이다.

민주당 김충규, 한국당 이선두 씨를 제외한 김진옥·오용·한우상 씨는 무소속 출마를 채비 중이다. 이에 따라 인물 본위와 지역 실정에 알맞은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동·서부로 나뉜 주민 정서를 어느 후보가 잘 파고들어 민심을 얻는가도 선거 주요 초점이 될 전망이다.

◇합천 = 하창환 군수가 명예로운 퇴임을 약속한 합천은 전두환 씨 고향이자 대구·경북과 인접한 까닭에 보수세가 경남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 중 민주당 소속 정재영 바르게살기 군협의회장을 제외한 인사 6명이 한국당 공천을 바라고 있다. 조찬용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사업회장은 바른미래당으로 출마해 당선을 노린다. 보수 표심이 굳건하다고 하나 역대 6번 군수 선거 중 무소속이 3번 당선했을 만큼 정치 지향이 뚜렷하다. '정당보다는 인물'이라는 정서도 강해 보수 정당의 공천 내용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함양 =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임창호 군수가 불출마를 선언한 함양군민은 군수 선거에 이골이 난 지경이다. 임 군수를 비롯해 불과 몇 년 새 군수 3명이 퇴임 후나 재임 시 뇌물 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직을 상실하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서울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방자치 무용론'이 대두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지역이 함양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그래서 군민 자존심을 세울 청렴한 인물이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에서는 김재웅 전 군의회 의장이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당 내에서는 서춘수, 진병영 등 전·현직 도의원 간 공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이용기 전 함양군 기획감사실장은 수행했던 직책에 맞게 '청렴'을 무기로 한 선거 운동에 중점을 둘 모양새다.

◇창녕 = 김충식 군수 3선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창녕은 한국당 후보만 무려 12명에 달하는 등 벌써 공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전직 군의원, 전·현직 도의원, 현직 비례 도의원, 농협·산림조합장 등 대체로 '올드보이'들이 난립해 신선감이 없다. '인물이 많은데도 인물난'을 걱정할 판이다. 창녕이 고향인 홍준표 당 대표와 친분을 무기로 공천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 경선 이후 분란도 우려된다.

◇함안 = 인근 창원과 인접성, 산단 개발과 기업 유치 등으로 인구 팽창이 가속화하는 함안은 정권 교체와 함께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민주당 후보들의 도전이 거세다. 보수세가 여전히 강한 지역임에도 김용철·이상익·최재일 씨 등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이 3명이나 된다.

한국당에서도 5명이 공천 경쟁을 준비하고 있어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학석 전 통영시 부시장과 이성용 도의원은 홍 대표와 친분을 매개로 공천 경쟁에 유리함을 자신하고 있다. 배한극, 조근제, 주영길 씨 등은 각각 기업 경영, 도의회 부의장을 지낸 정치 경험, 서울시 공무원과 시의원을 지낸 행정·정치 감각의 조화 등을 무기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성 = 현직 한국당 군수가 두 명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고성은 지난해 대선 이후 지역 정치 지형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는 모양새다. 한국당 당원 일부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데다 당비를 내는 민주당원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고성이 고향인 김경수(민주당·김해 을) 의원 도지사 출마 여부에 따라 고성 민심의 급격한 이반도 예상되고 있어 민주당이 도내 주요 승부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백두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일찌감치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대변화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10여 명의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홍 대표가 새 인물론을 앞세운 인재영입, 이를 통한 전략공천을 거론하면서 경선 구도가 요동치는 형국이다. 만약 전략공천이나 공천 심사로 한국당 후보가 정해지면 이에 불복한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최종 본선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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