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화계 등 전방위 확산, 인식 변화도 한몫
여성계 "그릇된 조직문화 청산 계기 돼야" 주문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직장 또는 업무 관련 조직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자기 의사표현이 억압당하는 상황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드러난 성추행·성폭행 피해는 검찰·경찰, 대학 등 학계, 문학·연극 등 문화계 등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 조직은 수직적인 상하 권력구조가 강한 곳이다.

전문가와 여성단체는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가부장적·군대 문화에서 벗어나고, 수평적 관계와 문화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높은 직급'을 가진 이로 피해자는 거절 의사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검찰 진상조사단,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다. 문학계 거목 고은 시인의 성추행 폭로, 연극계 거장 이윤택 씨 성추행과 성폭력 사건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PYH2018020133340005300_P4.jpg
▲ 미투운동 관련 이미지./연합뉴스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원은 부당함을 외치는 목소리가 모이면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안 문제로 치부되던 가정폭력 문제가 현재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것처럼 사회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82년생 김지영> 등에서 불평등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극단적인 권력관계 속에서 성폭력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성 문제는 어떤 문화가 배경이 되는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에서 미투 운동 열풍이 일고 최근 언론에서 수많은 보도로 이제는 문제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더이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잘못했다는 인식과 만연한 수직적 문화가 점점 바뀌어 가는 과정이며 또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생기고 또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창원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시대가 달라졌지만 현재 20대와 30대도 불편함을 드러내 말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는 못한 세대"라며 "그나마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는 기득권층으로부터 인권 존중 의식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강간죄' 성립 허점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손명숙 경남여성변호사회장은 "성폭력 문제에서 법률이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임을 입증하도록 불리하게 되어 있다"며 "가해자가 동의를 받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윤택 사례에서 만약 '그냥 불러서 안마하라고 했다'고 말하면 법의 잣대를 다 피해갈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은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노동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직장 성희롱 실태 보고서'를 보면 가해자는 간부·임원(34.6%), 상사(28.4%), 선임 직원(14.8%), 원청 직원(9%), 고객(7%), 후임 직원(4.4%), 같은 직급 노동자(2%) 순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9일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 평등 문화 확산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핵심은 공교육 내 성 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교사·예비교사를 대상으로 양성 평등 감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대·사범대 인성교육 관련 과목에 양성평등 관점(존중, 배려) 내용을 반영하도록 교육부와 협의를 추진한다. 또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 개발과 의무화를 제시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