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맛 차이 나, 사랑방 같은 분위기 차이 나
주력 메뉴 짬뽕, 은은한 불향 입어 깔끔·시원
'주인장 개발' 크림새우도 별미
주말이 지나자 왁자했던 동네가 조용해졌다. 누군가 양손 가득 고향의 온기를 안고 떠난 자리, 다시 일상이다.
고려 말 왜구의 침략에 맞서 맹렬히 싸운 장 장군의 묘비가 있는 곳,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장장군 묘비 맞은편 '인생차이나'에서는 자식, 손주에게 용맹했던 장군 이야기를 들려줬을 어르신들이 반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이고 있다.
배종주(41) 주인장도 어르신의 부름에 한 잔 털어 넣는다.
인생차이나는 퓨전중화요리집이다. 배 씨가 지난해 아내 권현정(40) 씨와 문을 열었다.
"주택가에 가게를 내고 싶었습니다. 집사람과 둘이서 가게를 꾸리니 정이 넘치는 곳이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는 두 해 전 처음으로 불 앞에서 웍(중식 프라이팬)을 잡았다. 직업 군인을 거쳐 회사원이었던 배 씨는 절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칼을 들었다. 창동의 한 반점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며 기본 중의 기본인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만들어냈다.
"직업병이 있었습니다. 손님들 반응에 일일이 신경 쓰고 혹여나 음식을 남기면 왜 그럴까 속병을 앓고요.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 얽매이는 게 싫더라고요. 동업, 체인점 모두 거절하고 제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는 퓨전을 내걸었다. 중국 정통요리법을 따르지 않는 곳, 배달을 하지 않는 중국집이다. 낮에는 간단한 식사를, 밤에는 푸짐한 안주를 먹을 수 있는 주점도 겸했다.
주력 메뉴는 짬뽕이다. 고추기름을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불향도 매력적이다. 그는 센 불에서 짧은 시간 볶아내야 재료가 타지 않으며 향을 입는다고 했다. 잘 볶아진 해산물과 채소는 주인장의 비법이 들어간 홍합육수와 만나 시원한 한 그릇을 만들어냈다.
자장면도 춘장을 함께 볶지 않는다. 웍에 채소와 고기, 춘장을 한데 넣지 않고 건더기와 소스를 따로 만든다. 손님 상에 나가기 직전 함께 버무린다.
주인장이 색다르게 개발한 요리도 있다. 바로 크림새우다. 몇 달간 손님들 반응을 보면서 조리법을 달리해가며 완성했다. 생크림과 치즈로 맛을 내는 크림새우는 흔히 먹는 크림스파게티처럼 우윳빛 소스가 있는 요리가 아니다. 새우는 투명한 크림 막을 한 겹 입었다. 새우는 쫀득거리고 바삭했다. 감자전분과 물엿의 비율을 잘 맞춘 반죽 덕이다. 입안에 퍼지는 풍미가 아주 좋다. 고소하면서 치즈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다.
"서비스입니다."
배 씨가 짬뽕과 크림새우 옆에 군만두를 두고 간다.
해물철판볶음을 시켜 소주를 마시던 어르신에게도 군만두가 놓였다.
"군만두를 따로 팔긴 하지만 서비스로 나가는 게 더 많아요. 단골은 단골이라고 주고 처음 오신 분한테는 인사한다고 내고요."
짬뽕 한 그릇이 다 비워지고 철판볶음덮밥을 포장해가는 이웃 아주머니가 다녀간 후에도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한창이다. 그러다 갑자기 한 어르신이 주인장을 불러 앉힌다. 손금을 봐주겠단다. 배 씨 손바닥을 뚫어지게 보던 어르신이 "딱, 부자 될 팔자야"라고 외치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는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채소를 다듬어야 하는 배 씨도 이날은 브레이크타임을 없애고 오고 가며 인사하는 동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친다.
교복을 입고 장군동 오르막길을 오르는 학생도, 나른한 오후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도, 과일 소쿠리를 놓는 상인들도 모두 그의 이웃이다.
"인생이라는 단어에 '차이나'를 붙였죠. 모두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요. 저마다 인생의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우리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밥 한 끼, 술 한잔 먹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생차이나로 간판을 걸었습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인생짬뽕(밥) 6000원 △인생짜장면(밥) 5000원 △크림새우 1만 50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5길 3(장군동 4가 21-66)
◇전화 : 055-245-2690(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영업, 일요일 휴무)
※경남도민일보 '경남맛집'은 취재 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