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위로·응원 해시태그도 나타나
범죄처벌·보상·재발방지 뒷받침돼야

'미투(#MeToo)'로 문화예술계가 뜨겁다. 문화예술계 '거장'이라는 이름표 뒤에 감춰졌던 추한 범죄가 일반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얼마 전 노벨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된 고은 시인이 문단 내 성추행 논란의 중심에 선 데 이어, 연휴 내내 온라인에서는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성폭행 관련 폭로가 이어졌다. 지역 연극계에선 또 다른 인물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윤택 연출가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행위 자체는 있었다. 강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회견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도리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게 정말 사과 회견인지 의심케 했다.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를 붙여(#미투, #Metoo)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피해를 고발하는 캠페인이다. 미국 배우들은 지난해 이 해시태그로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을 잇달아 고발하면서 운동이 확산됐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그간 쉬쉬해 온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하는 일이 이어졌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8년 만에 폭로하기도 했다.

일부 미투 운동을 조롱하는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 용기 있는 피해자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온라인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이들을 응원하며 함께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You)' '미퍼스트(#MeFirst)' 등의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다.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도리어 죄책감을 느끼는 피해자를 위로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등 응원 해시태그도 보인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에 비교하면 미투 운동은 분명 큰 의미를 가진다. 다만 미투 운동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피해자만의 용기'를 넘어서야 한다. 미투가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 간의 성 문제가 아니라 범죄다. 그 범죄를 알리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자신의 민낯을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바로 '미투'이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용기란 바로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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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투 고백이 일부 이름이 알려진 가해자들의 '사과'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 양 넘어가서는 안 된다. 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약자에게 자행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피해자들의 2, 3차 피해도 막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나 인간성을 의심케 하는 일부 댓글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큰 상처를 준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은 왜 성폭력 피해자는 꼭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할까. 남성도, 컴퓨터 앞에 앉아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성별을 알 수 없는 누군가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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