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에 중단됐던 선거역사
촛불혁명…성숙한 정치의식 절실

'도긴개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로 '오십보백보'와 비슷하게 쓰이는 말입니다.

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지사부터 시장을 포함하여 우리 동네 시의원까지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잠시 지방선거 역사를 들추어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선거는 1952년 4월 25일에 시행됩니다. 당시 한국전쟁 와중이었음에도 시·읍·면의원 선거에 90.7%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이어서 1956년 8월에 제2차 선거를, 1960년 12월에 3차 선거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군사정권의 쿠데타에 의해 지방선거는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30년 만인 1991년 3월 제4차 지방선거를 치르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는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함께 뽑는 전국동시선거는 1995년에 처음으로 도입되어 올해로 7회를 맞이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입니다. 그중에서도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꽃입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많은 주민이 지방선거의 무용론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도의원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시·도의원들이 주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90%대에서 최근 50%대로 떨어진 투표율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은 지방 자치단체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예·결산의 심의, 조례제정, 주민의견 수렴과 정책반영 등 실로 많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민의 대표로서 당리당략을 떠나 주민 권익실현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헌신적인 노력으로 귀감이 된 의원이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소수정당 의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도지사가 소속된 정당의 의원들로 꽉 찬 시·도의회에서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치인지 모릅니다.

촛불 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시대는 요구합니다. 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열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출발이 6월에 치러질 제7차 지방선거입니다. 주민의 대표를 제대로 뽑는 일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만연하는 금품 향응, 선거 무관심을 조장하는 행위를 배척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후보자 개개인의 됨됨이와 능력을 따지기보다는 소속 정당만 보고 기표하는 묻지 마 투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보고 투표하는 성숙한 시민정치의식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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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경남에서도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전처럼 자유한국당 간판만 내걸면 마른 나뭇가지를 꽂아도 당선이라는 공식에 기대어 너도나도 더불어 민주당 간판으로 지방선거에 나오고자 부산합니다. 거기에는 개인의 정치 성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지역 활동을 통해 검증되지 못한 자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도긴개긴'은 이를 두고 동네 형님들이 술좌석에서 내뱉은 말입니다. "개나 도나.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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