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여영국 도의원, 노동환경 건강 실태보고서 발간
고혈압·당뇨 호소…"근로기준법 개정해 시간 규제 필요"

# 30년 넘게 시외버스를 몰아온 ㄱ(62) 씨는 지난 2013년 3월 운전을 하다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도 사흘간 운전을 더하고 나서야 수술할 수 있었다. 운전할 사람이 부족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 달에 거의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다. 그는 당뇨와 고혈압이 있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건강관리를 했지만, 장시간 노동으로 병이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ㄱ 씨는 만성적 과로 등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산재 승인을 받았다.

ㄱ 씨처럼 경남지역 버스 운전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부족한 휴식 등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실태를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하루 12시간 일하는 시내버스 운전자 = 이상철(자유한국당) 도의원, 여영국(정의당) 도의원,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이 19일 '경남 지역 버스 운전 노동자 노동환경 및 건강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버스 운전 노동자 기초 실태, 노동환경 문제 등을 조사해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한국노총 경남지역본부를 통해 버스 노동조합에 설문지를 배포·수거한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12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경남지역 버스 노동자 159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버스 운전자 99.4%, 사무직 0.6%였다. 운전자 중에서는 시내버스 48.4%, 시외버스 51.6%였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9시간,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8.4시간, 월평균 노동시간은 268.4시간으로 조사됐다. 하루 실제 식사 시간은 42.6분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운전 노동자를 구분하면, 시내버스는 하루 평균 12.0시간, 시외버스는 10.1시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05.jpg

◇짧은 배차 간격·부족한 휴식 탓에 사고 = 버스 운전자 절반가량(49.4%)이 운행 시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위반 횟수는 하루 평균 2.3회였고, 위반 이유로는 짧은 배차 간격(41.2%), 부족한 휴식(35.0%), 무리한 운행 횟수(18.8%), 운송 수익금 압박(5.0%) 등을 들었다. 시내버스 운전자의 위반(횟수 2.4회, 위반 52.7%)이 시외버스 운전자(횟수 2.1회, 위반 47.4%)보다 높게 나타났다.

법규 위반 이유를 보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운전자 응답이 달랐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짧은 배차 간격(63.9%), 부족한 휴식(19.4%), 무리한 운행 횟수(11.1%), 운송 수익금 압박(5.6%) 순으로 답했다.

시외버스 운전자는 부족한 휴식(50.0%), 짧은 배차 간격(23.8%), 무리한 운행 횟수(21.4%), 운송 수익금 압박(4.8%) 순으로 꼽았다.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은 짧은 배차 간격, 무리한 운행, 과중한 업무로 말미암은 과로, 도로 구조 및 교통 시설 미비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몸이 아파도 참고 일해야 했다" = 16.8%가 지난 1년간 몸이 불편해서 결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결근 일수는 평균 11.6일로 나타났다. 몸이 불편한데도 참고 일을 하러 간 경우는 28.2%, 실제 일하러 간 일수는 평균 6.5일로 조사됐다.

52.2%는 현재 치료 중이거나 진단을 받은 질병이 있다고 답했다. 복수 응답으로 고혈압(30명), 고지혈증 및 기타(21명), 당뇨(12명), 전립선 질환(6명), 심근 경색(협심증 포함·3명), 암(수술 포함· 2명) 등이었다.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기준 1(목·어깨·팔 등 근골격계 부위 통증이 지난 1년 동안에 일주일 동안 지속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 적용 유소견율이 68.6%로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은 시민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는 버스 운전 노동자에게 특례 규정을 적용해 노동 시간을 규제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해야 한다. 버스업에 대해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두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시급하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도 버스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한 조례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철·여영국 도의원과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버스 운전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