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61%·고 65% 시험 치러
학원 속성과정 등록하는 등
사교육 조장 부작용 일으켜
"교육 정상화 노력과 배치"

사교육까지 받는 부작용이 지적돼 온 중·고교 신입생 반 배치고사가 10개 학교 중 6곳에서 여전히 치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교육청은 배치고사가 초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노력과 배치된다며 지양할 것을 권고해왔다.

중·고교 신입생 반편성을 위해 경남지역 대부분 학교가 1월 말~2월 초 학교장 재량으로 배치고사를 친다. 경남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도 신입생 반 배치고사 시행 학교는 도내 중학교 61%, 고등학교 65%에 이른다. 창원지역은 연합해 중학교에서 돌아가며 시험 문제를 내 같은 날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친다. 반면, 김해시 진영읍 중학교는 올해 동시에 배치고사를 치르지 않았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보통 1학년 때 1년간 진행되면서 성적으로 반을 편성할 이유가 줄어든 까닭이다.

배치고사는 상위 학생의 우열을 가리고자 고난도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기출문제 풀이는 물론 개인지도 등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배치고사는 학생보다 학부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험이다. 학부모들은 배치고사가 내신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교사에게 자녀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여긴다. 배치고사 성적에 따라 3등까지, 5등까지, 10등까지 차등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교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학부모는 학원 속성과정에 자녀를 등록해 시험을 대비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김해 한 중학생은 "대부분 배치고사 전 기출문제집은 한 번씩 본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학원에서도 나머지 공부를 하지만, 그 외 학생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시험 중간 엎드려 자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어려운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해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초등학교 졸업생이 치는 배치고사 문제를 중학교 교사들이 출제한다. 영어 과목으로 설명하면 초교에서는 회화 위주지만 중학교는 문법이다. 교육과정과 시험 문제 포커스가 초등과 중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 다리 역할은 사교육이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획일성이 강조된 배치고사 폐지는 강조됐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최근 회의 자리에서 배치고사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 12일 월요회의에서 "도내 초등학교는 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없애고 과정 중심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중학교 반 배치고사에서부터 전면 부정되고 있다. 반 분위기를 위해서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웠을 때 순기능이 무엇인지, 반편성 고사를 꼭 쳐야 하는지 설명하고 토론할 교장선생님이 있으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말했다.

배치고사를 치지 않아도 학교 운영과 학생지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창원 반림중학교가 입증하고 있다. 정기조 반림중 교장은 "2016년 부임한 이후 2017년, 2018년도 배치고사를 치지 않았다. 학생을 몇 과목 점수로 평가하기보다 특기를 개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배치고사 없이 반 편성을 해도 반 분위기를 흐려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등 무슨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림중은 배치고사 대신 교무부장이 초등학교를 찾거나 담임 면담을 통해 학력 정도와 특기, 생활지도 조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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