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면서 정치권의 6·13 지방선거 본격화와 함께 지방분권 개헌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특위)를 발족했다. 특위는 자치분권을 3개 주요 분과 중 하나로 마련했으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오는 3월 중 개헌안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정부의 개헌 시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둔한 움직임과는 사뭇 대조된다. 개헌 논의에서 정치적 이득을 기대할 수 없을 듯하자 지방선거 동시개헌 시행이라는 지난 대선 때 약속을 외면한 자유한국당은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할 집권당인 여당의 태도도 석연치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개헌 의원총회에서 개헌안을 내놓았지만 문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한 지방분권 국가의 명기가 빠졌고,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에 대한 재량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부족하다. 민주당이 지방자치권을 소략하게 규정한 헌법 117조를 법률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고 한 점에서도 여당이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적절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혹자는 지방선거의 쟁점이 많은데도 개헌, 그것도 지방분권 개헌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조건이 완비된 개헌의 적기는 따로 있지 않다. 또 정부 의지대로 개헌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촉급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간을 급하게 만들어놓은 것은 야당들의 비협조나 말 바꾸기에 책임이 크다. 일정이 촉급하다면, 지방분권 개헌이라도 개헌 내용에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개헌"을 거론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남해·김해·고성·사천 등은 자치단체나 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정부 초기인 지금만큼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 좋은 기회를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나 정략적 판단 때문에 그르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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