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물가·올림픽에 지방선거 안줏감
주민이익 대변할 지역 후보 관심 가져야

설 민심이 가장 민감하게 출렁인 곳은 어디일까. 말할 것도 없이 먹고사는 일일 것이다. 특히 현안 중 일자리 문제는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젊은 취업준비생들에겐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앉은 밥상머리의 화제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혹시 상심할까 봐 드러내 이야기를 못 해도 말꼬리는 결국 그리로 귀결된다. 인지상정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못지않게 체감되는 설 민심의 현주소다. 채솟값은 올라도 많이 올랐고 과일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폭으로 뜀박질했다. 국거리나 지짐용 육고기도 호주머니를 압박하기에 충분하고 차례상에 필수적인 제수용 생선이나 건어물 역시 선뜻 손이 나가지 않을 만큼 가격이 올라 발길을 무겁게 만들었다. 지갑은 헐겁기만 하고 가슴 한편에 찬바람이 쌩쌩 들이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에는 설날 장보는 데 20만 원이 적정가였다고 치면 올 설은 30만 원을 들여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시장 바닥을 휘감았다.

그렇기는 해도 먹고사는 일이나 물가의 높낮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삶의 전부일 수는 없다. 문화나 정치에 대한 참여의식은 경제적 빈곤감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귀성길 이 세상에서나 낯익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나 평창의 함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남북대화에 이르러선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 침 튀기는 열변을 쏟아내는 것을 주저치않는다. 항상 되돌아오는 오색 버선발로 고달픈 우리네 어깨를 다독여주는 설이지만 이번에는 밥상 위 반찬 가짓수가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 거기에 더해 다시 통일로 회자하는 남북화해 분위기는 그중의 백미다. 더하고 다시 해도 모자라는 듯 지칠 줄 모르는 은근한 호기심으로 저마다 촌철의 변을 사양치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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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전에 와 닿은 6·13 지방선거는 어떨까. 설 민심을 유혹하고 얘깃거리를 풍요하게 하는 화두로 발돋움했을까. 탄핵정국 이후 대체로 정치혐오증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그래서 뉴스조차 담을 쌓고 산다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총선이나 대선과는 달리 지역 일꾼들을 뽑는 지방선거는 주민이익과 직접 맞닿아있는 까닭에 귀를 닫을 처지는 아니다.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들을 안줏감으로 올려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정겹기까지 한 풍경이다. 도지사와 도교육감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시점이라 아직 선거 초입이라고는 하나 누가 나서는지는 거의 다 안다. 무게감으로 단순비교한다면 지방선거는 경량급이다. 그러나 피부에 와 닿는 접촉감으로 가늠한다면 그 느낌은 실체적이요 현실적이다. 단체장 한 명을 잘 뽑으면 지역발전에 이롭고 그로 해서 얻어진 이익은 주민 골고루에게 미친다. 뽑힌 시 군의원이 정직하면 공조직이 긴장하고 그로써 기강이 바로 선다. 그런 다음 사회정의가 접목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번 설 민심의 향배가 집중과 선택의 묘에 귀착되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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