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거물 '나쁜손' 상위권력으로 제어
재벌 '돈의힘' 복원력 강해 집결공격해야

모바일 게임 중에 일명 '약탈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가 있다. 자신의 마을을 꾸려서 자원을 생산하고, 남의 마을을 공격해 더욱더 강력해지는 전략게임이다. 성장을 하려면 자원생산만으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약탈을 해야 한다. 자신의 레벨보다 낮은 곳을 털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얻는 자원이 미비해 별로 효과가 없다. 비슷한 레벨을 공격하게 되면 자원을 많이 획득할 수 있지만, 상대방과 교전이 벌어져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하게 자원을 약탈하는 방법은 '빈집털이'다. 병력은 없고, 자원만 남아 있는 집을 터는 거다.

빈집털이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 방식은 빈집을 열심히 정찰하는 거다. 운이 좋으면 초반에 찾겠지만, 여러 사람이 경쟁적으로 찾아다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레벨이 올라갈수록 빈집일 확률은 낮아진다. 초반에 게임을 접는 경우는 많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탈자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레벨이 높다는 건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는 거고,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게임을 하게 된다.

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빈집을 찾기 어렵다. 이럴 때는 두 번째 방식을 사용한다.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유저가 병력을 제거해주고, 뒤에 자원을 약탈하는 거다. 높은 레벨이 없다면 동맹을 맺은 유저들과 연합 공격을 하는 거다. 털고자 하는 상대가 최고 레벨이라면, 필히 연합 공격을 도모해야 한다. 흔히 게임에서는 '집결 공격'이라고 한다.

게임 속 빈집털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먼저 성폭력에 대한 '미 투'(me too) 운동이다. 여자 검사가 고위 간부인 남자 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문제 제기를 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폭로가 있었다. 이 일이 일파만파 확산하며 문학계, 연극계까지 폭로가 이어졌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원로 시인, 유명 연극 연출가, 유명 뮤지컬 배우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형적인 빈집털이다. 박근혜 정부가 끝장나기 전까지는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탄핵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탈 털렸다. 검찰 내부에 잔여 세력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저항이 쉽지 않아 보인다. 원로 시인이나 연극 연출가, 유명 뮤지컬 배우도 자신들의 힘의 원천인 대중으로부터 불신을 받아 '빈집'이 되었다.

빈집털이는 법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세력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은 탄핵 이전만 해도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 어떤 세력도 감히 맞설 수 없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거대한 '집결 공격'으로 탄핵이 되면서 빈집이 되었다. 그런데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만큼은 털리지 않고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막강한 법률 엘리트들과 언론을 소환해 지원군으로 활용하며 구속에서 풀려났다. 구속이 되면서 '전력'이 상당히 약해졌을 거라고 여겨졌지만, 복원력이 빠르다. 게임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복원을 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수백만 원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국민을 상대로 저항하며 1년 만에 석방이 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돈의 힘'은 정말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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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빈집털이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성폭력에 대해서도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상대가 아니라, 지금 거물인 자들과 싸워야 한다. 문단, 연극계에만 '나쁜 손'들이 있겠는가. '돈의 힘'이 훨씬 센 방송, 영화계에는 왜 없겠는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성폭력은 정의로운 상위 권력만 있어도 대부분 털 수 있다. 하지만, 재벌. 1년 전 있었던 '촛불항쟁'만으로도 털어낼 수 없었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시민의 '집결 공격'이 재벌을 '빈집'이 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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