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산시와 통영시에서 업무추진비 문제가 제기됐다. 경남의 업무추진비가 '불투명' 그 자체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영시는 김동진 시장이 관외 출장을 간 상태에서 시장의 업무추진비 카드가 관내(통영)에서 결제되고 있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업무추진비 카드깡(카드할인) 의혹이 터졌다. 통영은 시장의 업무추진비로 편성된 예산에 의해 발급된 카드가 공무원들에 의해 임의사용되고 있었다. 양산은 카드깡 의혹이 터지자 나동연 시장은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부서장 전결사항이라 몰랐다는 해명과 아내가 쓴 것은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근본적으로 두 건 모두 업무추진비에 대한 회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임은 분명하다. 두 사례 모두 시장이나 시장 비서 등 관계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 카드를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뜻한다. 대체로 지자체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는 여러 개로 나눠 집행을 한다.

경남은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차원의 업무추진비 감시가 소홀하다 보니 다른 공무원이 시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가져가 시의회 소속 공무원 만찬비용으로 결제하는 사례(통영), 시장 아내가 시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결제하는 사례(양산) 및 일부 간부 공무원까지 개입된 카드깡 의혹(양산)이 터지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양산시의 자세는 부적절했다. 지역 민주당의 의혹제기가 터지고 언론 보도되고 나서 시민단체 '경남시민주권연합'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2월 9일에서 26일까지 정보공개 결정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통영시는 "지출결의서, 증빙영수증 등은 개인정보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에 해당하여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경남시민주권연합이 경남도·교육청·도내 18개 시군을 상대로 지난 26일 지자체장 업무추진비 및 공무 관외·국외 출장에 대해 일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8개 시·군이 정보공개 결정기한을 이달 말로 미뤄버렸고 나머지 지자체들 대다수는 업무추진비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목록(결제일자, 결제금액 등)으로 대체하고 지출결의서와 증빙영수증은 비공개했다.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목록만 볼 것이었다면 무슨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겠나.

지출결의서와 증빙영수증 없이 업무추진비가 제대로 집행된 것인지 허위집행되는지 알 수 없다. 대다수 지자체는 가게 상호와 대표자명, 업무추진비 카드 번호 등이 개인정보라는 어이없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음식점의 상호 등은 비공개 정보를 정의한 정보공개법 제9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업무추진비 카드 번호가 개인정보라면 의회로부터 예산 편성 승인을 받아 만든 카드인데 예산 집행은 마음대로 하고 예산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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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지출행위를 한 영수증과 지출의 당위성을 기재한 문서인 지출결의서를 비공개하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최근 만난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우리는 15년 전에 했던 일"이라며 "과거에 행정지출결의서·지출 영수증·법인카드 사용일자별 세부내역과 카드 영수증 등을 행정심판·소송을 통해 받아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월별 법인카드 결제 명세서 원본까지 봤다"며 경남지역의 정보공개 수준에 놀라워했다.

영수증 없이 엑셀로 정리된 지출내용만 믿고 어찌 행정을 감시할 수 있는가. 불도그처럼 끝까지 업무추진비에 대한 감시·감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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