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출 의혹·먹튀 논란
GM, 5000억 이상 지원 요구
정부·산업은행, 자료 요청
경영 부실 원인 분석 필요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뒤이은 GM(제너럴모터스)의 한국 철수 가능성 언급에 맞서 정부가 기업 실사 없이는 지원도 없다며 역으로 GM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GM 간 기 싸움이 본격화한 셈이다. GM은 높은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에 한국지엠 영업실적이 악화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오히려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사 카드 빼든 정부 = 정부와 산업은행은 최근 한국지엠을 둘러싼 여러 논란, 즉 고금리 대출과 납품 가격,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대한 세부 자료를 요청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방침을 지난 13일 오전 전격적으로 발표하기 전날 밤에야 정부에 구두 통보했다. 이에 정부는 일방적인 통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분의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고금리 대출 의혹은 한국지엠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M 관계사에 4620억 원에 이르는 이자를 지급한 부분이다. 이자율은 연 5% 안팎이었다. 바른정당 지상욱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완성차업체 차입금 평균 이자율(0∼3.51%)의 2배가 넘는 고금리"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국내 은행권이 대출을 거절해 생긴 결과라고 해명했었다.

한국지엠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최근 몇 년간 교섭 자리에서 줄곧 R&D 비용이 결과보다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해왔다. 2014∼2016년에는 누적적자보다 많은 1조 8580억 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지난해 신차 배정은 '0'이었다.

더불어 노조는 반제품(CKD)의 값싼 납품 단가도 지적해왔다. 한국지엠이 우즈베키스탄·인도 등 국외 계열사에 원가 수준의 싼 가격에 반제품 차량을 수출하다 보니 매출 원가율이 90%가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엠의 반제품 수출은 차량 대수에서 완성차 내수·수출 판매와 맞먹는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 9787억 원 중 76%에 이르는 1조 5067억 원이 지엠 본사로 흘러갔다. 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에 따른 이자비용이 4955억 원, 지엠이 유럽·러시아·호주 철수 때 생긴 비용 부담분 5085억 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 원, 본사 업무지원비가 1297억 원이었다. 한국지엠 노조 전 임원은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였다면 적자가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원인 꼼꼼히 따져봐야" = 국내 산업 분야 전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산업연구원(KIAT)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GM이 자구책은 내놓지 않고 자본 철수를 앞세우며 정부 지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GM 요구대로 말려서는 안 된다"며 "GM의 경영 부실이 왜 발생했는지 철저히 분석해서 그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주(홀덴) 철수 사례처럼 정부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지만 GM이 빼먹을 것만 빼먹고 결국 철수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4년간 2조 6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가 과연 GM 주장처럼 높은 인건비에만 이유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GM 본사 전체 직원은 10만 3000명이다. 이 중 샐러리 워커(정규직)가 5만 3000명, 파트타임(임시직)이 5만 명이다. 파트타임 5만 명은 늘 구조조정하기 쉬운 구조로 영업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규직 비중이 더 높은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임금을 비교할 때 지엠 미국 본사 정규직과 파트타임을 합한 평균과 비교해선 곤란하다. 미국 정규직과 한국 정규직 임금을 비교해야 하는데, 합계 평균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관계자는 관료이고 GM은 노련한 비즈니스맨이다. 정부를 너무 몰아세우면 결국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공적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할 때 정부가 최대한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GM은 올해 상반기 중 한국지엠에 신차 배정을 하려면 3조 원에 이르는 투자 비용이 필요하며, 이 중 산은에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 투입(유상증자 참여)을 직·간접적으로 요구 중이다.

◇희망퇴직 접수 시작, 어수선한 창원공장 = 지난 13일 오후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 창원공장은 설 연휴 직전 상당히 어수선했다.

창원공장 관계자는 "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노조가 강경일변도로 나간다면 지엠이 가만있겠느냐. 노조가 현실 인식을 더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멕시코 등 지엠 내 다른 경쟁지역을 제치고 스파크 후속 모델을 배정받으려면 투입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창원공장을 지속하려면 인건비 대비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4일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오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대응 방안 논의를 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당성근 교육선전실장은 "정부의 실사 요청은 당연하다. 물론 우리의 고용보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유상증자 참여는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럼 그 증자 분을 빚 갚기가 아닌 신차 배정과 설비투자, 연구개발에 쓰겠다는 GM의 확약이 있어야 한다. 노조도 그 부분에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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