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창원대·인제대·경상대 하루 만에 행사 끝내
미투 운동 더해지는 등 음주사고 예방하는 데 안간힘

경남지역 주요 대학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OT)이 곧 시작된다. 신입생들은 사회 첫 발걸음이 되는 대학 입학에 설레면서도 지나친 음주 강요나 군기 잡기 등을 걱정하고 있다.

◇○○과 단톡방 있나요? = 주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톡방(단체 카톡방)'을 찾는 글이 가장 많다. 단톡방은 새로운 친구 또는 선배와 친분을 쌓는 소통 창구가 된다.

페이스북 페이지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 '창원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국립 경상대학교 대나무숲', '인제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단톡방을 찾거나 학과 분위기를 묻는 신입생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

신입생 처지에서 걱정되는 것은 단톡방 내 폭언·성희롱, 선배로부터 당하는 갑질·가혹행위인 일명 '똥군기'다. 부산 한 대학에 입학하는 김모(19·창원시) 씨는 "미리 친해지고 정보도 교환하려고 단톡방에 들어갔는데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2박 3일로 새내기 배움터를 가는데 음주 등 걱정이 된다"며 "장기자랑도 신청하라고 하는데 강요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을 강요하면 머리로는 '강력하게 거절 의사를 밝혀야지'하면서도 대학생활 내내 마주칠 선배들에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미투' 흔적도 보인다. 지난 13일 한 도내 대학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2년 전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술을 마시고 강제로 입맞춤과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너무 무서웠고,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시기를 놓쳤다"고 게재했다.

◇정부, 새 학기 '똥군기' 잡는다 = 정부는 대학 신학기 음주 강요, 얼차려 등 '똥군기' 근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19일부터 내달 24일까지 대학 신입생 OT 현장 안전점검을 한다. 교육부는 OT를 반드시 대학이 주관하도록 하고, 가급적 1일 이내로 끝내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한 신입생 행사 강제 참석과 음주 강요, 선·후배간 가혹행위, 부적절한 신체 접촉, 학생회비 횡령·부당 징수, 안전사고 등 근절 매뉴얼을 배포했다.

경찰은 내달 31일까지 대학 내 각종 가혹행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경남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대학교 측과 협의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도내 대학들 "OT 사고 예방" = 도내 주요 대학은 '1박 2일' OT를 진행하지 않는다. 음주사고와 성희롱, 성폭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경남대는 21~26일 단과대학별로 OT를 진행한다. 강당에서 입학식과 신입생 페스티벌이 하루 동안 진행된다. 창원대는 22일 오전 9시부터 학과 소개, 학사제도 안내, 선후배 만남 등을 진행한다. 인제대도 27일 오전 9시부터 부산강서체육관에서 입학식을 하고 대학으로 이동해 OT를 치른다. 학과별로 성폭력 예방, 장애 인식 교육, 대학생활 특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상대는 지난 13일 가좌캠퍼스 체육관에서 OT를 마쳤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2014년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이후 대부분 대학이 OT에서 숙박 일정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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