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나와 같은 피해자 더 있을 것"

이윤택 연출가로 시작된 연극계 성추행 폭로가 경남 지역 극단에서도 불거졌다.

18일 새벽 서울예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10여 년 전 김해 지역 극단에서 벌어진 성폭행 관련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미투운동 해시태그(#me too)가 달렸다.

해당 글을 올린 이는 당시 16세로 김해 지역 한 극단에 들어갔다고 한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극단 대표는 '지역 연극계의 왕'이었다. 성추행의 시작은 이윤택 연출가와 비슷한 안마였다. 안마는 둘만 있을 때 성추행으로 발전했고, 결국은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16살이던 글쓴이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두려웠다고 한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침묵은 '이런 것도 예술인가, 예술을 위해 이런 것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품게 했다고 글은 적고 있다. 극단 대표가 자신에게 한 일이 얼마나 더러운 짓인지 점차 알고 되고서도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어른들이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그러기엔 연극을 꿈꾸던 소녀가 한꺼번에 잃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성범죄이기 이전에 이것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약자에게 향하는지 말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자신이 폭로한 '김해 지방 극단'의 문제가 묻히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꼭 연극계 거장이 아니라도 연극판 성폭력은 만연하며, 분명히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있을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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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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