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예측한 대로 건축, 소방, 의료 등에서 병원의 부실한 관리가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토대로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발생한 전기합선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고, 스티로폼 단열재 부재나 목재 벽체 등의 가연성 구조물 때문에 불꽃이 확산했다고 발표했다.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하고, 낡은 전기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사무장 병원' 의혹은 사실일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세종병원이 처음 이사진을 구성할 당시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행정이사'라는 사람이 병원 운영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도 살피고 있다. 현재 경찰 조사를 받는 행정이사는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병원 운영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밀양 병원의 '사무장 병원' 여부가 규명돼야 하는 이유는, 의료법상 무자격자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환자의 안전 대신 병원의 수익에 치중함으로써 이번 참사를 낳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사본부는 비의료인인 이사장이 의료법인을 인수함으로써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환자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참사에서 병원과 관련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밀양보건소 직원 2명이 병원 전기 점검을 실제로 하지도 않고 병원 측 요구대로 적합하다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병원 이사장과 총무과장이 구속됐고 11명이 입건된 현재, 입건된 2명은 해당 공무원들이다.

중간수사 결과를 통해 밀양병원 측의 총체적인 부실 관리가 드러났지만, 이번 참사와 얼마만 한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갖는지는 더 체계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사무장 병원' 의혹과 관련하여 밀양병원의 운영 실태나 병원 수익의 흐름, 비급여진료 항목의 비중 등이 더 조사되어야 하며, 관계당국의 관리 부실이나 병원 측과 공무원 간 유착 의혹도 좀 더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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