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만 소방 대책 엄격, 불 나면 대피도 어려워
허가 제재할 법적근거 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안전에 취약한 요양병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복합상가건물에 입주한 요양병원은 사각지대에 놓여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요양병원이 복합상가건물에 입주한 경우 병원 부분만 '특정소방대상물'이어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갖추면 된다. 같은 건물 내 상가에서 불이 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또 복합상가건물 요양병원이 대부분 1층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특성상 대피도 신속하게 하기 어렵다.

경남도 자료와 도내 각 시·군 보건소에 확인해보니 도내 요양병원과 노인전문병원 122곳 중 복합건물에 입주한 사례는 김해 12곳, 창원 4곳, 거창 1곳 등 17곳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는 요양병원과 헬스클럽 등이 있는 9층짜리 복합상가에서 불이 나 7~9층 요양병원 노인 환자 156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화재는 오후 4시 28분께 발생했지만,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에 의해 휠체어와 의료용 침대에 태워져 오후 8시가 돼서야 구조를 완료했다. 이 건물은 마트, 골프연습장, 음식점, 수영장, 사우나 등이 있는 복합상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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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이 아무리 소방시설을 잘 갖췄다 하더라도 복합상가 건물 자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지난해 12월 불이 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는 스프링클러 356개가 있었으나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복합건물에 요양병원이 있으면 위험하기는 하다"며 "오래된 복합 다중이용 건물에서 펌프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을 나가보면 건물 관리자 책임의식에 따라 관리상태가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축법상 복합상가에 요양병원 허가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한 건축허가 부서 공무원은 "건축법에 따라 방화시설·기준 등 구조적인 부분이 적법하면 허가는 가능하다"며 "소방당국, 보건소와 협의를 통해 용도변경 적합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요양시설이 고층 복합상가건물에 있는 경우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정부에 △고층건물 일부 층에 노인요양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설치기준 마련 △안전 관련 시설기준 재정비 △관리·감독 강화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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