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당행위 공익 감사 청구 "대통령 선물 고맙지만 미개봉"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에 이어 저희한테 고마운 설 명절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선물을 개봉할 수 없습니다. 부디 보내주신 선물을 개봉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송전탑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한전이 나쁜 방법으로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저지른 비리를 감사로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1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은 밀양시 단장면 상동마을 김영자(65) 할매는 절절하게 호소했다. 이날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공사의 위법 또는 부당행위에 따른 공익 손상'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했다.

부북면 위양마을 정임출(77) 할매도 호소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얼마나 좋아서 춤을 췄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을 어겨서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하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주민 가운데 문 대통령님께 선물을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쨌든지, 원전 재공사 안 하고, 송전탑 뽑는 것만 바랍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밀양송전탑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인 모집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 전 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공익감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밀양 송전탑 특별지원협의체'가 찬성 주민대표 매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공개했다. 협의체는 송전탑 갈등이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13차 공사 재개를 앞둔 2013년 8월 5일 결성됐었다. 구성은 밀양시 추천 주민대표 10명, 한전 5명, 밀양시 2명, 경남도 1명, 산업통상자원부 1명, 지역 국회의원실 1명, 위원장 1명 등 총 21명이다.

대책위는 '협의체가 회의 참석 위원에게 회의비 명목으로 최대 2040만 원을 지급해 사실상 주민대표들을 합법적으로 매수했으며, 1인당 1회 18만여 원짜리 과도한 식사비용 등을 지출한 점'을 지적했다.

또 협의체가 결성된 이후 2016년 1월 16일까지 90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고 회의자료와 속기록을 모두 폐기한 점을 비판했다. 협의체가 공기업 한전 자금으로 운영됐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이뤄진 결정은 한전 보상 업무에 공식 근거로 적용된 만큼 관련 자료들은 국가기록물관리법 적용을 받는 '공공기록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대책위는 자료 폐기에 대한 위법성과 책임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물을 계획이다.

대책위는 협의체 관련 문제점을 비롯해 △한전 공사 자재·전력설비 부품 조달 관련 납품 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밀양송전탑 타당성 및 노선 선전 과정 의혹 △한전 주민 매수 의혹 △한전의 방조 및 공모에 의한 불법 행위로 마을공동체 파괴 등을 밝혀달라며 3월 7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공익 감사는 만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님, 우리의 바람은 진실이고 정의입니다. 우리가 싸워온 그 숱한 거짓과 매수, 분열의 음모를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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