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대부분 유죄·박 전 대통령과 공모 인정
'뇌물공여'신동빈 롯데 회장 실형·법정구속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 주범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5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에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 씨의 혐의 가운데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도 뇌물수수 등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 및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 원은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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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선 재단 출연 모금이나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최 씨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대통령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는 72억 9000여만 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뇌물공여 약속 부분과 차량 대금만 무죄 판단한 것으로, 이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가 내놓은 결론과 같다. 마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 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800만 원과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모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해 삼성 측에서 명시적·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는 이 부회장 사건 항소심 판단과 같은 결론이다.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 원을 낸 부분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제3자 뇌물공여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서 경영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 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 요구)도 유죄로 인정됐다.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 대해선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그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부정한 것과는 달리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 씨 범죄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를 압박해 지인 회사나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량 산정에 대해선 우선 최 씨에게 "피고인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오랜 사적 친분을 바탕으로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수수하고 기업들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광범위한 국정 개입으로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초래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피고인은 수사 기관과 법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고, 다른 이들에 의해 기획된 국정농단이라며 그 책임을 주변인에게 전가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신 회장에 대해선 "그룹 내 지배권 강화를 위해 국가 경제 정책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했다"며 "이는 면세 특허를 취득하려는 경쟁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처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실력을 갖추는 노력을 하기보다 뇌물공여 방법을 선택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실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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