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정당(더불어민주당)은 유력 인사 입당에, 지역사무소 개소식에 연일 부흥회 분위기인데 경남의 터줏대감인 자유한국당 신세는 말이 아니다.

도내는 물론 당내 현역 정치인 중 '최고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끼리 험한 말을 주고받지 않나, 주요 국회의원·기초단체장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탈당해 민주당으로 넘어가지 않나, 액면만 보면 도저히 정상적인 당 모습이 아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5선의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이 또 충돌했다. 이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 4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 12명이 그간 중단됐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재개를 요구하자 홍 대표가 "당헌·당규에도 없는 회의"라며 "어이가 없다"고 보란듯이 깔아뭉갠 것이다.

특히 홍 대표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꼴찌 하고도 의원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나서는 사람" "당이 어려운데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고 꽁무니 빼는 사람" 등 이주영 의원을 정조준한 듯한 대목도 있었다.

이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 의원 등 중진의원 7명은 12일 다시 입장을 내 "우리의 합당한 요청을 인신공격적 언사마저 동원해 비난하고 걷어차 버렸다"며 "홍 대표 본인의 독선적이고 비화합적인 비호감 정치에 문제 본질이 있다는 지적을 듣지도 않으려 하는 게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법조인 출신으로, 1990년대 정치 입문 시기부터 지난해 홍 대표 대권 도전 등 아주 최근까지 막역한 관계를 과시했던 사람들 간 소통으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선거 등에 미칠 여파다. 안 그래도 이주영 의원에 이어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마저 경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전망이 어두워진 판국에, 적 앞에서 싸움질까지 하고 있으니 당의 미래가 더 깜깜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에서 고참들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지역'에서는 경찰 수사, 비리 의혹, 탈당 및 민주당 입당 등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인사청탁·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임창호 함양군수와 역시 뇌물수수 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송도근 사천시장,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에 휩싸인 나동연 양산시장, 그리고 한국당을 탈당, 최근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권민호 거제시장·허기도 산청군수 이야기다.

처음도 아니다. 차정섭 함안군수가 지난해 4월 뇌물·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돼 감옥에 갇혀 있고 이군현(통영·고성)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처지에 놓여 있다.

역시 작년 12월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엄용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같은 시점 한국당 현역 의원 중 4명뿐인 '당협위원장 탈락'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다.

지역으로 치면 창원권(이주영), 서부해안권(이군현·권민호·송도근), 동부권(엄용수·나동연), 서부내륙권(차정섭·임창호·허기도) 등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정장수 한국당 경남도당 대변인은 "일부 사안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고 기초단체장 탈당은 심각한 게 아니다"며 지방선거 위기론을 일축했다. 정 대변인은 13일 〈경남도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송도근 사천시장은 한국당에 입당하자마자 압수수색이 들어왔고 나동연 양산시장 건은 '무리한 흠집내기' 성격이 짙다"며 "탈당한 인사들은 10년 넘게 한국당에서 많은 걸 누렸는데 도민들이 좋게 보겠나. 기회주의적 철새 정치인은 도민들이 매섭게 심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수치상으로는 민주당이 앞서는 것 같지만 바닥 민심은 전혀 아니다"며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불안한 대북관계, 과거로만 지향하는 무리한 적폐청산 등에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 바람처럼 한국당이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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