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이 사랑한 이 땅…자연과 사람 끌어안았네

풍부한 하천에 둘러싸여 바다를 품에 안은 형세 덕분일까. 시인 박재삼이 사랑한 이곳은 자연과 사람 모두를 너그럽게 끌어안는다. 하늘과 바다, 땅의 길이 모두 열려서인지 더욱 그러하다. 호랑나비를 닮은 넉넉한 형세만 매력일까. 곳곳에 숨겨진 갤러리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어시장은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가득하고, '울음이 타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은 말없이 다소곳하다. 여기가 어디냐고? 넘치게 풍요로운 고장 사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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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큰들 본부(곤명면 작팔길 53)

'얼씨구', '지화자'가 절로 떠오르는 예술공동체. 1984년 창립해 끈질기게 마당극을 펼쳐오고 있다. <최참판댁 경사났네>, <백의종군 이순신> 등이 이름나 있다. 최근 큰들에서 무대미술을 담당하는 박춘우(45) 씨가 높이 6m가량의 건담(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을 큰들 마당에 세워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름하여 '건담 KD 1'. 그는 "로망이었다"며 웃었다.

▲ 큰들 본부(곤명면 작팔길 53).

 

 

(5) 카페 정미소(진삼로 150)

이가형(39) 씨가 아버지의 정미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세월을 머금은 나무와 묵직한 쇳덩어리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카페를 통과하면 공간 쌀, 작은도서관 쌀이 나온다. 공간 쌀은 갤러리가 되고 공연장이 된다. 지난 연말 시작한 박성식·문찬호·윤영미 작가의 합동전시를 이달 23일까지 볼 수 있다. 정미소에 앉아 건너편 공간을 보는 맛도, 햇볕이 쏟아지는 마당과 뒤뜰을 거니는 맛도 참 좋다.

▲ 카페 정미소(진삼로 150).

 

 

(9) 예담찬갤러리(한내로 38-1 3층)

새동네라고 불리는 마을 맞은편 새로 지어진 건물에 갤러리가 들어섰다. 김정현(49) 씨가 고향 삼천포에서 20년간 광고로 밥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문을 연 곳. 그림을 그리는 아내 강영화(45) 작가와도 마음이 딱 들어맞았다. 3층 갤러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달은 김정은 일러스트레이터가 '펫스티벌'을 열고 위트가 살아있는 동물 일러스트를 선보이는 중이다. 아내의 아틀리에는 건물 4층, 그의 광고사무실은 2층에 있다.

삼천포 예담찬갤러리. /이서후 기자

 

 

(10) 사천미술놀이터 작은미술관(사천대로 17 사천문화재단 1층)

창선·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환경 전시가 잇따른다. 지난달 국외 작가들이 참여해 환경에 대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현재는 정운식·김송·최봉석 작가의 '오염도시'전이 한창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라는 선입견을 없앨 만큼 직설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설치미술은 앞으로 작은미술관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12)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박재삼길 27)

시인 박재삼이 읊은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강'은 윤슬(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빛나는 한려해상이 아닐는지. 노산공원 남단 정자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삼천포 아가씨' 노랫소리에 이끌려 노산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박재삼문학관이 나온다. 소박한 일상과 자연을 노래한 시인의 정서를 읽으며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 되겠다.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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