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아'.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말하기 전 속마음이다. 남편이 일하는 직장의 필독서로 <이상한 정상 가족>을 권하고 싶다. '정상'이라는 단어는 사회폭력을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남성편의적인 가족주의가 깔렸다고 알린 책이다. 매일 야근을 조장하는 남편의 조직은 여성(아내, 어머니)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똥물을 받들어 먹고 있었다.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을 발표하고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고은 시인이다. 문단 최고 어른이라고 불리는 그는 괴물이었다. 신인 여성 문인이 선배(남성) 문인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면 치졸한 방법이 뒤따른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

다큐멘터리 남편이자 연출을 맡은 선호빈 씨의 읊조림. 아내는 고부갈등의 당사자이자 원인 제공자가 사라지는 이상한 싸움을 말하고 싶지만 남편은 이렇게 말해버린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가 법무부와 진실공방 구도로 흘러가고, 최영미 시인을 두고는 완강하고 튀는 성격을 문제 삼는 이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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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을 강요받을 명절을 앞두고 크게 외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이지 않으며 사생활로 치부하면 안 될 일이라고.

성희롱과 여성혐오, 페미니즘이 한데 묶여 조롱거리가 되는 이 순간에도 여성은 늘 선택해야 한다.

나에게도 묻는다. 인내심 강한 아내, 뭐든지 해내는 워킹맘, 고분고분한 월급쟁이, '여'기자 중 무엇을 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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