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보상금 불법 수령 정황, 밀양 고정마을 외 곳곳서 발견
아들·지인 명부에 주소 허위도…대책위, 주민·한전 31명 고발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에 이어 다른 마을에서도 한국전력공사와 송전탑 보상 합의와 보상금 사용 과정에서 불법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찬성 주민들이 위장 전입 등으로 허위로 보상금을 탔다고 주장하며 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하면서 송전탑 보상 과정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책위는 상동면 고정마을 19명과 부북면 내양마을 10명을 비롯해 두 마을 한전 담당자 2명 등 모두 31명을 지난해 12월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고발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이 사건을 넘겨받은 밀양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불법 정황 다른 마을에서도 = 대책위가 작성한 고발장을 보면 ㄱ 씨는 자신의 아들인 ㄴ 씨가 고정마을에 살지 않음에도 한전과 합의 과정에서 이 마을에 거주하는 것처럼 가짜 계좌이체거래 약정서를 작성했다. 그러면서도 개별보상금 수령계좌는 ㄱ 씨 자신의 계좌로 했다.

하지만 ㄴ 씨가 살고 있다고 한 주소는 아무런 주거건물이 없고 '감나무밭'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고정마을 '세대 확정명부'에는 ㄴ 씨 주소가 또 다른 주소로 기재돼 있다. 대책위는 ㄴ 씨가 고정마을에 살지 않는다는 점을 모를 수가 없음에도 일부 송전탑 찬성 주민이 ㄱ 씨와 짜고 ㄴ 씨 명의로 보상금을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책위는 ㄱ 씨를 2014년 개별보상금 383만 6600원, 2016년 마을공동사업비 등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와 업무방해, 주민등록법 위반)로 고발했다.

내양마을에 사는 ㄷ 씨는 건강 악화로 2007년 이전에 밀양을 떠나 요양원에서 머물고 있었다. ㄷ 씨는 ㄹ 씨가 운영하던 절에서 보살로 있었을 뿐 실제로 내양마을에 거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ㄷ 씨는 '보상대상 가구(세대)'에 들어갔다.

더구나 '한전 내양마을(진시골) 지역사업비 최종확정지원대상자'에 적힌 ㄷ 씨 주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ㄷ 씨가 ㄹ 씨 주소에 번호를 붙여 마치 별개 지번·가구에 거주하는 사람인 것처럼 꾸며 개별보상금 752만 원을 가로채 마을 보상금 분배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ㅁ 씨도 부북면 내양마을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짓으로 해 마을대표와 공모해 개별보상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대책위는 마을대표와 더불어 ㅁ 씨에 대해 마을에 돌아가야 할 보상금 752만 원을 타내고, 마을공동사업비 1200만 원도 수령한 혐의로 고발했다.

◇송주법 지원금도 배분 '부실' = 송전탑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 지원해주는 지원금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지원법(송주법)' 지원금을 받으려면 가구별로 주민등록등본을 첨부해야 한다. 지원금은 1가구만 받을 수 있다. 지원금 절반은 개인 가구 전기료 감면 혜택으로, 나머지 절반은 마을공동사업비로 들어간다.

앞서 고발당한 ㄱ 씨는 ㄴ 씨 몫까지 두 가구 몫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주민도 한 가구임에도 두 가구 몫을 지원 받은 의심을 받고 있다. 대책위는 "이들이 부당하게 지원금을 타내는 과정에서 찬성 주민 대표들이 조작 또는 최소한 방조하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청도면 한 마을에서도 1㎞ 밖에 사는 주민들이 1㎞ 안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가정용전기 계량기를 달아서 송주법 대상으로 지원을 받거나 황토방·정자 혹은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재실) 등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계량기를 달아 송주법 지원을 받은 제보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고발과 별도로 한전 보상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해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도 준비하고 있다. 이계삼 국장은 "고발만큼은 피하고자 3년 동안 시정과 복구 조치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모든 요구는 무시됐고, 심지어 송전탑 반대주민 보상금으로 감말랭이작업장이 들어서는 등 파국으로 치달아 이를 바로잡고자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13일 오전 11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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